이야기 시리즈 오프&몬스터 시즌
니시오 이신 신작 단단편
주제가 YOASOBI 〈UNDEAD〉 원작소설

 

시노부 퓨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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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살아도 미래 같은 것엔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내 인생에 반짝반짝하고 멋진 일은 전혀 생기지 않는 게 아니겠느냐."
 소파에 엎드려서 퍼질러 누운 구 키스샷 아세로라오리온 하트언더블레이드──전 철혈이며 전 열혈이며 전 냉혈의 전 흡혈귀, 귀신 오빠가 말하는 오시노 시노부는, 그런 고민을 내게 토로했다.
 아니, 너는 이미 극복했잖아.
 그런 지루한 고민을.
 "애초에 인생이 아니잖아. 너의 600년은 사람의 삶이 아니라 요괴의 죽음이잖아."
 "누구의 600년이 요괴의 죽음이라는 게냐."
 뭐, 살해당한 거나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내 주인님에게.
 라고, 구 하트언더블레이드는 말했다.
 결국 이 녀석은 그 요괴의 죽음이 있었기에 목숨을 부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이런 건 정기적으로 카운슬링을 받으라고 하더구먼. 결국 기복이 있는 것이니."
 "진짜로 노인의 푸념을 듣고 있는 기분이라고. 카운슬링 룸이 아니라 툇마루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야. 실제로 600년이나 살고 있으면 대부분의 현상은 경험했다는 게 되겠지만──"
 그런데 기술의 발전에는 항상 놀라게 되는 게 아닐까? 전구, 텔레비전, 휴대전화──우주선.
 병기 같은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의 역사가 모두 과거가 될 법한, 터무니없는 브레이크스루는 정기적으로 등장한다──내가 살아온 (죽어온) 이 100년만 해도 그렇다.
 아찔해지는 미래.
 어지럽게도.
 "생각해 내라고, 구 하트언더블레이드.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얼굴을 해도, 종이가 발명됐을 땐 깜짝 놀랐잖아?"
 "그렇게까지 오래 살지 않았다. 허나 내가 보자면 아직 병아리이기는 해도 과연 불사신의 괴이로구먼. 네가 하는 말은 옳아."
 "그렇게 칭찬을 들으면 과연 너도 늙었구나 싶어."
 "시끄럽구먼. 그러니 말이다, 시체 인형이여. 그 정기적으로 특이점이 생겨난다는 것 자체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말이다. 세계를 뒤집어버릴 법한 대발명 따윈 내게는 흔한 일일 뿐이다. 네, 네, 그 패턴이군요, 하고 간단히 분류해버리게 된단 말이다."
 "네가 대발명을 해낸 것도 아닐 텐데."
 보편은 불변이라는 건가.
 거꾸로 말하면,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미래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뭐, 어떤 대발명이라도 본인들 입장에서는 연면히 이어지는 역사의 전승일 뿐이니까. 실인즉 새로움 따윈 어디에도 없다──얼마나 갈고닦는가의 문제다.
 반짝반짝하게. 혹은 번쩍번쩍하게.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너 자신인 것 아니야? 우중충한 네가 너 자신을 갈고닦으려 하지 않으면 그야 미래는 연마되지 않겠지."
 "그렇구먼!"
 납득해도 곤란한데.
 딱히 널 감격시키려던 건 아니야.
 정말로 귀여워졌네.
 "오래 산다는 건 마찰을 피하는 방법을 익힌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줄질하는 법을 잊어버렸던 건가."
 "옛날에는 너 자신이 줄칼 같은 존재였고, 마찰의 마와 연마의 마는 다른 한자지만 말이야."
 "같은 한자로도 표기할 수 있다. 너와 다르게 나는 오래 살았으니 알고 있다."
 "마찰을 피하라고."
 "바뀌었다고 생각해도 결국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게야."
 "퇴행이라기보다 선조회귀(격세유전). 600년이나 지나면 자극에 익숙해져 버리는 건지, 아니면 자극에 둔해져 버리는 건지 미묘한 부분이네. 너보다 오래 산 식물이라면 있겠지만. 천년 삼나무라든가."
 그러고 보면 구 하트언더블레이드의 권속인 귀신 오빠는 한때 식물이 되고 싶다고 지껄였었다. 매일이 놀랄 일과 발견으로 가득 찬 십대의 젊은이가 말할 법한 소리이기는 하다──억지로 변화를 강요당하는 십대의 젊은이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말하는 것 같지만, 자극에 견딜 수 없는 섬세함을 고백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너도 패닉을 두려워하며 자기 껍데기에 틀어박혀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네. 미래 같은 건 바꾸려고 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잖아. 적어도 나쁜 쪽으로라면."
 "나쁜 쪽으로 바꾸면 어떡하자는 거냐."
 "나쁜 쪽이어도 돼."
 응?
 뭔가 누구 때랑 같은 결론이 되려고 하고 있나?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텐데.
 "신으로서 떠받들어지거나 남극에서 살기도 했던 너라도 사실은 한 적 없는 일투성이잖아. 이 세상에 있는 책, 전부 읽어 봤어?"
 "책 같은 건 무엇을 읽어도 대체로 똑같다."
 "헛소리하지 마."
 뭐, 수가 방대해지면 방대해질수록 평균화되어 간다는 것도 사실이다. 옥석혼효[각주:1]는 보석과 돌멩이의 가치를 동일하게 만든다.
 요컨대 샘플이 많다는 뜻이니까.
 "다만 아까의 새로운 발명 얘기랑은 반대 논조가 되는데, 보거나 듣거나 맛보는 것을 똑같다고밖에 느낄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잘 모르니까 그런 거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아? 그걸 전문 분야로 하는 입장에선 백 마리의 금붕어라도 하나하나 구분이 간다고 말할걸."
 젊은이에게는 전통 예능이 모두 같은 것으로 보이고, 노인에게는 서브컬처가 하나같이 비슷해 보인다.
 "오랜만에 친구와 재회했을 때 '하나도 안 변했구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치면, 그건 정말로 변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사이의 변화를 친구가 모를 뿐이라는 단절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몰라. 뭐, 너에게 친구는 없지만."
 "시끄럽구먼. 있단 말이다, 친구 정도는."
 "호오. 흥미로운걸."
 "바로 너다."
 "그 미래야말로 예상 밖이야. 나는 너에게 반쯤 살해당했었으니까."
 설마하니 소파에 길게 누운 괴이의 왕의 시시한 고민을 카운슬링하는 미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말씀대로, 구 하트언더블레이드의 6분의 1이라고는 해도 나도 오래 산 편이기는 한데──이렇게 미래가 불확정이라는 것은 보증할 수 있다.
 애초에 이것조차 불사신의 괴이의 전문가로서, 그러해야 할 평화적인 모습의 배리에이션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나.
 결국은 말하기에 달린 법.
 꿈보다 해몽이다.
 "그런 식으로 소피스티케이트되어 가니까 과거보다도 미래가 재미없게 느껴진다는 사고실험도 가능할 법하네."
 "응? 무슨 의미냐? 너무 연마된 탓에 이 이상 더는 깎이지 않는다는 뜻이냐?"
 "책 비유로 말하자면 옛날 책이란 건 꽤나 엉망진창이잖아. 센고쿠 나데코에게 물으면 그게 좋은 거라고 하겠지만, 기승전결도 없는데다 장르의 구분조차 없기도 하고. 거기에 비하면 현대의 책에는 세련된 포맷이 있지."
 "센고쿠 나데코라는 건 누구냐."
 "후우."
 "나데시코가 아닌 거냐?"
 "신선한 반응이야. 한 바퀴 돌아서 새로워."
 "그리고 포맷이 성립한 순간에 미래는 고정되어 버리는 게 아니냐?"
 "세련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는 5-7-5-7-7처럼 말이야? 뭐, 옛날에는 전쟁도 조잡했지. 총기를 손에 들고 우렁차게 외쳤었어. 지금은 에어컨이 켜진 방에서 우아하게 드론을 조작해서 안전하게 공격할 수 있지."
 "아직도 조잡하지 않느냐. 그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세련된 것 같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으니."
 "흡혈귀라고 생각했는데 광견병이었다는 것도 일종의 소피스티케이트고 연착륙이란 말이지. 세계가 이해불능의 이매망량으로 가득 차 있던 두근두근 콩닥콩닥하던 시대를 알고 있으면 컴플라이언스에 지배된 현대는 너무나도 시시하게 보일 거야. 불쌍하게도."
 "멋대로 말해 놓고 멋대로 동정하지 마라. 컴플라이언스 같은 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소피스티케이트되는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나란 말이다."
 "그런 말을 하면 나도 결코 안전권에 있지는 않지만 말이야. 동녀의 시체 인형이니까."
 조만간 요괴 자체가 과거의 유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과거의 이물로.
 아니, 이미 전락했는지도.
 적어도 어린아이가 그리는 미래 예상도의 일러스트에 요괴의 소굴은 없다.
 "네 권속을 봐도 400년 전에 만든 초대와 현대의 2대를 비교하면 상당히 얌전해졌어. 2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궤도한 바보로 보이겠지만 초대의 난폭한 방식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과연 그렇구먼. 그 말을 들으니 단순히 옛날엔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어."
 자극이 없는 평온한 생활이, 지금의 내게는 자극적인 것일지도 모르겠구먼──하고, 전설의 괴이는, 제법 시들해져서 말하는 것이었다. 가지도 뿌리도 뻗지 않는 식물처럼.
 그러니까 그건 생도 삶도 아닐 텐데.
 죽음이며 멸일 텐데.
 "뭐, 옛날 책이 엉망진창인 건 단순히 당시에는 거슬러 올라가 다시 쓰는 게 어려웠다는 이유도 있지만 말이야. 종이 자체가 아주 귀중했으니까."
 "카캇. 그러면 가능한 한 오래 살아서 인생을 다시 쓸 수 있는 어플의 발명이라도 기다리도록 할까."
 그리 먼 날도 아닐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이런 회화도, 미래로부터 신중하게 다시 쓰인 과거일지도 모르지.

  1. 옥과 돌이 한데 섞여 있다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한데 섞여 있음을 이르는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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