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시리즈의 2023년 최신작 키드냅 키딩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의 딸-

미정발이라 일본 각종 전자서점에서 미리보기로 읽을 수 있는 책 소개와 프롤로그 분량을 번역했습니다.

 


책 소개

 

목을 씻고 기다리고 있었니? <헛소리 시리즈> 최신작
쿠나기사 준이 도전하는 것은, 고성×쌍둥이×목 없는 시체

 

사립 스미유리 학원에 다니는 쿠나기사 준, 15세.
“아빠의 헛소리”와 “엄마의 법칙”을 지닌 ‘평범한 여고생’이
인류 최강의 청부업자 아이카와 준에게 유괴되어
쿠나기사 기관의 아성 “쿠나기사 성”에 보내지고 만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청발 청안의 소녀들과의 해후와 비참한 살인 사건.
과연 준은 수수께끼를 풀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
신 청춘 엔터테인먼트의 걸작 <헛소리 시리즈> 대단원 너머의 최신작, 여기에 결실!!


재능이 하나 많은 것이 재능이 하나 적은 것보다도 위험하다――――니체

 

 나는 쿠나기사 준玖渚盾. 자랑스러운 방패.
 사립 스미유리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교 1학년, 열다섯 살. 엄밀히는 기숙사생이라 다니고 있는 건 아니고 학교에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성적은 중간 위쪽, 잘하는 과목은 딱히 없음, 못하는 과목도 딱히 없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뭣하면 쾌적하다고도 생각하는 정신적으로 향상심이 없는 영리한 아이다. 동아리는 미식축구부와 치어리딩부 양쪽에 적을 두고 있지만 둘 다 유령부원이다. 유니폼이 갖고 싶었을 뿐이라서. 장래의 꿈은 주간 소년 점프 또는 마블 코믹스의 편집자. 사실은 편집장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누구나 처음은 한 걸음씩 떼는 법이다. 언젠가는 그게, 오십보백보가 된다. 응?
 모가 됐든 도가 됐든,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장점도 없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여고생’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래, 당신 뒤에도 있을 법한.
 물론 우리 부모는 예전에 세계를 구하기도 세계를 끝내기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도 살인 사건을 은폐하기도 전쟁을 일으키기도 전쟁을 끝내기도 친구를 돕기도 친구를 몰아넣기도 구세주이기도 대범죄자이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건 나와는 모조리 관계없다. 설령 부모자식 관계는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악행과 연애 같은 건 솔직히 말해 가지 꼭지[각주:1]만큼도 알 바가 아니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하물며 자기 자랑이라면 당치도 않다.
 애초에 나는 제대로 된 양육 같은 건 하지도 못할 그 자유분방한 괴인 두 사람보다도 베이비시터에게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 내 인격의 반은 그 시터의 영향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만약 웅대한 시간을 넘어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가 된 헛소리꾼과 청색 서번트의 ‘그 사람은 지금?!’ 이야기가 읽고 싶은 거라면 지금 당장 책을 덮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다행히도 그 둘의 전기伝奇 아닌 전기伝記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판을 거듭하고 있다. 아니, 판을 거듭하고 있다는 건 좀 허세를 부린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전자서적이 일반화되어 절판이라는 개념이 출판업계에서 사라지려 하는 현재, 그리운 책을 발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이대로 이 사소설을 읽어나간다는 선택지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고 조심스레 주장할 정도의 에고도 나에게는 있다. 그야 그 부모의 딸인걸.
 후속편이 아니라 후손편이라는 뜻이다.
 이거,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그리고 과도하게 평범한 여고생인 척을 하려던 나머지 느닷없이 전형적인 반항기 같은 말을 해 버렸지만, 아빠나 엄마에게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가냘프게 억센 척할 생각도 없다. 이를테면 이런 자기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누군지 모르겠는 녀석의 1인칭 시점으로 독자의 흥미관심을 끄는 효과적인 수법이나 하이라이트부터 시작하는 히트송처럼 서두에 클라이맥스 씬을 예고편처럼 싣는 페이지 터너의 테크닉, 두 번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끔 설계된 솜씨를 자랑하는 서술 트릭, 마이너한 인용문이나 변죽 울리는 잡학을 늘어놓음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학적인 레토릭, 엄청나게 스트레이트한 캐치프레이즈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은 ●●의 이야기다’ 같은 약속된 정형문으로 시작하는 기존의 소설에 대한 안티테제 같은 것은 전혀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엄격하게 교육했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짜증나도록 교육했기 때문이다.
 아빠의 헛소리 시리즈 첫 번째.
 우선 이름을 밝혀라. 상대가 누구라도.
 그리고 이름을 밝히게 해라. 상대가 누구라도.
 사람과 대화할 때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건 실례란다, 모르는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말렴, 이라는 예절 강좌의 일부가 아닌 것은 명백하다. 헛소리꾼이 하는 말이니까. 애초에 그 아빠는 딸을 그렇게 교육해 놓고서 자기는 상대가 누구든 간에 본명을 절대 밝히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깜찍한 태도로 살던 탓에 젊었을 적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거겠지. 한 번뿐만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백여든 번. 혹은 본명을 대기를 아까워한 나머지 이상하게 수수께끼가 되어 버려 이제 와서 흔해 빠진 평범한 이름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거나, 그런 거겠지.
 개인적 견해지만, 또는 일반론이지만(아빠의 헛소리 시리즈 37번째. 정반대의 서론은 양립한다) 자기가 하지 못한 일을 자기 아이에게 기대하는 부모는 최악이다.
 그건 염치가 없는 일이다.
 해충처럼 염치가 없는 일이다.
 참고로 아빠의 헛소리 시리즈는 100까지 있다. 진저리가 나지? 메피스토 리더즈 클럽에서 굿즈를 만들어 주려고 하더라도 찻잔에 다 쓸 수 없을 법한 ‘아버지의 잔소리’[각주:2]다. 내가 (시터 아주머니의 은퇴와 동시에)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어진 것도 참으로 지당한 일이다. 다행히 룸메이트 운은 좋았다.
 룸메이트 이야기를 시작하면 길어지게 될 테니 내 이름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독자 여러분은 여자애 이름인데 준은 좀 아니지, 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는지. 아니면 현대 일본에서는 남자아이스러운 이름이나 여자아이스러운 이름이라는 구분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컴플라이언스를 위반하는 지옥에 떨어져 마땅한 대죄일까. 하나코라는 이름의 남자가 있더라도 타로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더라도 물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라고 말해야 할까, 내가 재적하며 또한 주재하고 있는 사립 스미유리 학원은 여학교에다 남자 엄금이라, 이혼 이력이 없는 유부남에 두 명 이상의 자식을 두지 않았다면 남성 교원조차도 채용하지 않는다. 이 노동 조건에 포함되는 복잡한 문제에 관해 매서운 논의를 펼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건 원래의 취지에 반한다. 컴플라이언스에도 반할지도 모른다. 요점은 나는 동세대 남성의 이름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얕다.
 아빠의 헛소리 시리즈 67번째.
 다양성에 경의를 표하는 소수파가 되어라.
 다양성과 소수파를 나눠서 생각하고 있는 점이 아빠답다.
 무슨 이야기 중이었더라? 내 이름 이야기였지. 네임즈 토크다.
 준.
 듣자하니 이 이름은 아빠가 존경하는 인물에게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시절 ‘자기 이름의 뜻을 부모에게 물어볼 것’이라는, 부모가 없는 아이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숙제를 받았을 때 알게 된 것인데(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그렇구나, 아빠는 캡틴 아메리카를 존경했었구나 하고 의외의 일면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유래한 것은 발음뿐이라고 한다.
 그럼 거창한 한자 부분은 전면적으로 아빠 책임이지 않느냐고 생각했지만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아빠와 말싸움을 하는 건 헛수고라는 걸 나는 7살이 될 때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나 참 정말이지.
 이상한 이름을 지어주는 건 일종의 학대라는 상식은 15년 전에는 보급되지 않았던 건가. 적어도 캡틴 마블로 해 줬으면 했다.
 이런저런 여러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까 그다지 좋아하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빠는 반드시 이름을 밝히라고 한다.
 자랑스럽게.
 그래서 서두부터 이름을 밝혔다. 예의 없게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이건 아빠가 예의를 가르친 성과다.
 나는 쿠나기사 준. 자랑스러운 방패[각주:3].
 참고로 말하자면, 부모에게서 이어받은 쿠나기사라는 성은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그럭저럭. 이유는 왠지 쿨하니까. 다만 나는 이번에 싫어하는 이름과 쿨한 성씨의 하이브리드에 더없이 휘둘리게 된다. 자기소개라는 이름의 서론이 의외로 길어져 버렸지만, 지금부터 개벽하는 것은 그런 이야기다. 다음 페이지를 넘길까 말까 고민하는 분을 위해 (혹은 다음 페이지로 플릭할지 말지 고민하는 분을 위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두 개의 교훈을 먼저 밝혀 버리자면, ‘아이에게 이름을 붙일 때에는 신중하게 잘 생각해라’라는 것이 하나, 나머지 하나는 ‘만약 당신의 성이 쿠나기사라면 지금 당장 법적 수속을 밟아 개명해라’다. 
 농담키딩처럼 들려?
 나,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그건 그렇고, 아빠의 헛소리 시리즈는 100까지 있지만 그에 비하면 엄마 쪽은 실로 심플하다. 이러쿵저러쿵 잔소리가 심한 아빠의 가르침을 충실한 딸은 분명히 말해 반도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심플함 때문에 엄마의 가르침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준수해 왔다. 룰 위반을 했을 때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내용은 현대 사회에서 허용할 수 없는 제한이며 틀림없이 아동학대의 정점을 찍는 불편함이기도 하고 나의 인격 형성에 영향 아닌 악영향을 끝없이 미치고 있지만, 그것 말고는 뭐든지 맘대로 해도 좋다는, 방치와 종이 한 장 차이인 방임주의를 전제로 두고 있으므로 어쩔 수가 없다. 거기다 그 ‘단 하나의 시원찮은 룰’을 지키지 못하면 죽일 거라는 말도 방긋 웃으며 했었다.
 이름하여 엄마의 절대 법칙.
 기계를 만지지 마라.

  1. 부모의 의견과 가지 꽃은 천 개에 하나라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親の意見と茄子の花は千に一つも無駄がない)는 속담의 변형. [본문으로]
  2. 에도 시대 후기 이전에 성립한 격언집으로, 말 그대로 '아버지의 잔소리'라는 형식으로 수십 개의 격언이 실려 있다. [본문으로]
  3. 자랑스러운 방패(誇らしき盾)를 발음이 같은 矛らしき盾라고 바꿔 쓰면 '창 같은 방패', 즉 모순矛盾이 된다. [본문으로]
 

 

암호학원의 이로하

원작 니시오 이신

작화 이와사키 유지

 

더보기

・이로하자카 이로하 - 사토 리나 (佐藤利奈)

・토슈사이 쿄라 - 오오니시 사오리 (大西沙織)

・호라가토게 코고에 - 사쿠라 아야네 (佐倉綾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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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가네 카쿠네 - 사이다 카호 (齋田華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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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리 엔사 - 코토이시 유우히 (琴石ゆう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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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츠바메 슨카 - 하스누마 카에데 (蓮沼楓)

노히메 이에스노 - 마루야마 미키 (丸山美紀)

・요사이무라 로카쿠 - 아이야 사키 (藍谷早咲)

・마무시히시메키 오타마쟈쿠시 - 사네모토 유키코 (實本有希子)

・코시바이 시츠케 - 이츠키 아야카 (一輝あやか)

・오보로 소보로 - 아이자와 아유미 (藍沢歩実)


이 글은 소년 점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업로드한 〈암호학원의 이로하〉 보이스코믹 1~3화 합본판의 번역입니다.

이후 원본 영상의 공개 상태에 따라 비공개 처리될 수 있습니다.
단행본 구입 및 번역본 열람에 관해서는 이쪽을 참조하세요.

 


 

제1호. 제4차 세계대전은 종이와 연필로 치러진다

 

[창백해진 곰은 수도에서는 조용하노라. 카즈나의 들에 있는 이시오카만이 아는, 도와준 바다를 둘로 나누는 형태야말로 따르는 여자를 기르는 토미사키이기에 아라이가 있다. 세 갈림길의 높은 산으로부터 벗겨져 떨어진 바위에서는 빛나는 궁전에서 키우는 가을이야말로 가시가 된다. 덕이 휘감기는 새는 상수리나무에 모이고, 병사가 대부분 떼지은 성에서 꺾이는 배여. 북쪽의 곶 섬에서 향기는 무턱대고 퍼지는 뿌리와 같고, 천의 사슴이 미소짓는 언덕은 그러나 심하게 입이 걸어, 신은 뜻대로 동쪽에 계신다.]

 

이 암호를 풀 수 있으려나?

정답은 1화 후반!

 

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전국에서 재원을 선발해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기밀 통신을 분석하는 암호해독부대를 편성하여

지금의 NSA(국가안전보장국)의 기반을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현대 일본!

다음번 대전에 대처하기 위해 신설된 것이,

암호학원이다!

 

이제부터 3년간 제군은 암호를 풀고 풀고 엄청나게 풀어주어야겠다.

내우외환의 음모를 후방에서 까발려라!

 

YES, MA'AM!!

 

…………

터무니없는 학교에 입학해 버렸어…

 

학생복이 모두 팬츠 룩인 선취적 신설교라고 생각했는데……

군복이잖아! 빠릿빠릿한 사관학교잖아!

 

열다섯 살 소녀를 모아서 후방이라니!

애초에! 1세기 가까이 전에 일본은 전쟁을 포기――

[사상검열]

 

뭐, 오늘은 첫날이다. 살살 하겠다, 병아리들.

프린트를 나눠줄 테니 한 장씩 가지고 뒤로 돌려라.

 

Q.01

난이도: ★★☆☆☆

자기소개 X크로스워드

 

[가로 열쇠]

① 좋아하는 ___ 은(는)?

② 소중한 ___ 은(는)?

③ 공감하는 ___ 은(는)?

④ 듣고 싶은 ___ 은(는)?

⑤ 갖고 싶은 ___ 은(는)?

⑥ 진정되는 ___ 은(는)?

⑦ 추억의 ___ 은(는)?

⑧ 추천하는 ___ 은(는)?

⑨ 소중한 ___ 은(는)?

⑩ 중요한 ___ 은(는)?

 

[세로 열쇠]

☆ 당신의 이름은?

 

자… 자기소개 X크로스워드?!

 

어? 어?

에에에에에에에에?!

왜 다들 아무런 의문도 없이 이런 영문 모를 과제에 몰두하는 거야?!

애초에 크로스워드 퍼즐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데…

고도경제성장기의 놀이잖아, 이거?!

 

끝났습니다.

 

!!

 

예쁘다……

 

빠르군……

아~ 그런가. 그거야 너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왜 네가 이 학원에 있는 거냐?

너라면 다른 진로도 있었을 텐데.

 

…평화에 찌든 이 나라의 [언론탄압] 엉덩이를 차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런저런 튜토리얼에는 당황했지만, 과연 암호학원,

커리큘럼은 일반 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어 (주요 8개국어부터 고어·고문서까지)

수학 (고등수학 포함)

과학 (통합과학·화학·지구과학·물리학·해부학·천문학·기계공학)

사회 (지리·역사·지정학·법학·경제학)

체육 (구호술·생존술 포함)

음악 (음악대)

 

방과후 (의 도서실)

 

아니, 역시 전혀 다르잖아.

그렇다기보다 첫날 과제조차 아직 못 끝냈고.

크로스워드란 건 원래 이렇게 어려운 거야?

고도경제성장기 대단해.

 

……이 학교에 온 이유, 인가……

[좋아하는 자신은?]

 

수… 숨겨줘!

 

!!

 

어라어라? 토슈사이 씨?

달리 이용자가 없는 도서실에는 무슨 일이야?

 

…누군가 오지 않았니?

예를 들면 백의에 안경을 쓴 계집애라든지.

 

에헷……

백의도 안경도, 흑의도 맨눈도 온 적 없는데~

(거한도 말이야)

 

그렇구나…… 고마워, 시끄럽게 했지.

그런데 너, 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니?

 

아가씨… 같은 반이에요, 이 녀석.

아가씨 앞자리에 앉은 녀석입니다.

 

그래? 있었던가, 이런 애가?

 

그래서.

왜 암호학원에 남자가 있는 거야?

 

아뇨, 토슈사이 님. 암호학원은 딱히 여학교가 아닙니다.

그 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여자만 암호 해독을 담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나 봐요.

 

그래서 각 반에 약 한 명씩,

아무래도 좋은 남자아이가 입학해 있는 겁니다.

 

흐음…… 확실히 아무래도 좋긴 하네.

그럼 앞자리 .

만약 그런 계집애를 발견하면――

 

아니, 됐어.

남자건 여자건, 그런 과제 하나 못 푸는 아이에게 부탁할 일은 없으니까.

 

이야~~~ 덕분에 살았어!

 

저 악역 영애, 진짜 끈질겨서 말이야. 만약 붙잡혔으면 반죽음이었을걸.

고마워, 앞자리 . 아니, 뒷자리 ?

 

……이로하자카야.

나는 1학년 A반 이로하자카 이로하.

 

고마워, 이로하자카 군.

이 몸은 1학년 M반 호라가토게 코고에.

큰 소리론 말 못하지만.

 

M반……?

이 학교, M반까지 있었던가?

 

그런데 괜찮은 거야?

사정도 묻지 않고 같은 반 친구보다 초면인 이 몸 편을 들어버려도.

어쩌면 이 몸은 엄~~~청나게 나쁜 아이라 [계좌 동결]

그래서 쫓기고 있던 전쟁범죄자일지도 모르는데.

 

뭐야, 그게?

누군가를 도와주고서 후회할 생각은 없어.

그게 남을 돕는 일의 이로하의 이, 잖아?[각주:1]

 

…애초에 남자는커녕 같은 반 친구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친절하구나~

이로하자카 군 정말 좋아!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게, 지금 당장.

아까 악역 영애가 말한 과제라는 게 이거야?

 

요즘 시대에 프린트라는 게 웃기구만.

도서실이라고 하던가, 여기?

종이 사전이라는 것도 눈물 난다고.

 

[좋아하는 자신은(는)?]

 

이 과제, 이 몸이 대신 해줄까?

 

엇…

 

괜찮아. 마음만 받아둘게.

나 자신이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뭐! 그렇게 딱딱한 말 말고.

적어도 이 정도는 받아 줘!

 

패션 안경이야. 멋지지?

이걸 쓰면 똑똑하게 보일걸.

 

안경을 쓰는 걸 가지고 컨닝이라고는 안 하잖아.

응?

 

……………

그렇지. 그럼 받아갈게.

정말 고마워…

 

좋~아, 이제 빚진 거 없는 거다!

이 몸은 또 도망치러 간다!

바이바~이!

 

앗… 저기, 호라가토게 씨…!

 

코고에면 돼.

이 몸도 이로하라고 불러버릴까?

뭔데?

 

코고에……는 왜 이 학교에 왔어?

이… 암호학원에.

 

………………

이로하는?

 

(아무래도 좋은 남자아이가 입학해 있는 겁니다.)

…나는,

학비가 없었고…

입학 시험도 없었고…

달리 곳도 없었으니까

려나…

 

흐응?

이 몸은 말이지, 큰 소리론 말 못하지만.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히어로가 될 수 있으니까, 야.

 

한때 독일이 뽐냈던 암호제작기 '에니그마'

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군은 반격에 나섰어.

구 일본 해군의 87식 암호 '퍼플'

은 개전 전부터 해독됐었다더라.

 

미국 육군과 미국 해군은 각자의 암호부대를 육성하기 위해 적국과 싸우는 한편,

뒤에서는 자국의 여대생이나 여교사 쟁탈전을 벌였다는 비화도 있지.

 

알겠어?

전선에서 무기를 쓰는 것만이 아니라, 후방에서 머리를 쓰는 것도 전쟁이야.

힘이 세지 않아도, 암호에 강하면 동료나 가족을 지킬 수 있기도 하지.

앞으로의 전쟁은 점점 더 암호전이 최전선이 될 거야.

 

그렇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전쟁에 이기는 게 이 몸의 전략이야☆

 

그럼! 과제 파이팅!

암호는 웃는 얼굴로 풀어야 돼~!

 

으음… 뭐…

똑똑해 보일…지도?

 

보이는  바꿔 봤자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

 

어…

이…… 이건……

 

[자기소개 X크로스워드]

 

[가로 열쇠]

① 좋아하는 조직 은(는)? 휴면 위원회

② 소중한 우주선 은(는)? 다단식 로켓

③ 공감하는 관용구 은(는)? 게 구멍 숨듯이

④ 듣고 싶은 칭찬 은(는)? 무척 훌륭하다

⑤ 갖고 싶은 시간 은(는)? 유예기간

⑥ 진정되는 탈것 은(는)? 에어라인

⑦ 추억의  은(는)? 쥐색

⑧ 추천하는 날붙이 은(는)? 양날

⑨ 소중한 감정 은(는)? 사랑

⑩ 중요한 접두어 은(는)? 무(無)

 

[세로 열쇠]

☆ 당신의 이름은?

이로하자카 이로하

 

이로하자카! 잠깐 시간 있나?

 

! 교관님!

죄송합니다, 제출이 늦어져서…

 

아니아니, 칭찬하려고 부른 거야.

너는 붕 떠 있어서 걱정했었는데, 친구가 도와준 거냐?

 

에헷…

네에…… 그 비슷해요.

 

그렇군! 그 기세로 열심히 암호를 풀어 다오.

앞으로도 친구 만들기 힘내고!

 

예스 매~앰…

 

이로하자카 이로하.

군, 이라고 하는구나, 너.

 

어제는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해.

사과하고 싶으니 따라와 줄래?

 

착각하지 말아 줘.

우리,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거든?

 

친구 만들기, 힘내야겠다.

그래도 친구는 골라서 사귀어야지.

유카코, 프레젠테이션.

 

알겠습니다. 아가씨.

 

여기 계신 토슈사이 쿄라 님은,

'핵병기 이외 전 병기모든 것제조하는만드는' 병기 메이커, '답습도킥 어택 플래닝'의 후계자이십니다.

 

학원에서 친구가 되어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적으로 돌리면 결손할 겁니다.

 

그렇게 된 거구나……

(너라면 다른 진로도 있었을 텐데.)

환생도 안 했는데 악역 영애…

 

어제의 낌새를 보면 네가 이 과제를 클리어할 수 없을 거라는 건 명백했어.

그렇다고 그 계집애가 했다기엔 완성도가 조금 치졸해. (특히 ④…)

 

'무언가' 받았지? 코고에에게서.

알려줄래? 우리, 친구잖아?

비밀을 만들지 말고 뭐든 이야기해야지?

 

(만약 잡혔으면 반죽음이었을걸.)

 

네…… 네가……

하는 말이…… 맞아……

 

친구는 골라서 사귀어야지.

나는 머릿수나 폭력으로 위협해 오는 녀석이랑은 친구가 되지 않을 거야!

과제는 자력으로 한 거야.

나는 아슬아슬해지지 않으면 흥이 안 나는 타입이지만, 사실 그 정도는 이로하의 이거든!

 

친구가 도와줬다고 한 건 그거야.

그 왜, 상상 친구라는 거야!

(누군가를 도와주고서 후회할 생각은 없어.)

 

상상 친구……

설득력이 있는 거짓말을 하는구나.

 

거짓말 아니야!

유치원 때부터의 친우라고!

(설득력 있다는 소릴 들었어……)

거짓말이라면 네가 하는 말을 뭐든지 들어줄게!

 

오케이.

그러면 거짓말일 경우, 넌 3년간 우리의 하인이 되는 거야.

 

…싫다아, 토슈사이 씨도 참. 에헷.

방금 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그렇다는 말, 암호학원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유감이야.

처음으로 남자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어… 어떻게 해서 증명할 건데?

만약 여기서 밀어 떨어뜨리겠다면…

 

그런 야만적인 짓은 안 해. 해도 좋지만.

자력을 주장하는 너의 무력을 증명하는 건 수첩을 뜯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인걸.

 

[창백해진 곰은 수도에서는 조용하노라. 카즈나의 들에 있는 이시오카만이 아는, 도와준 바다를 둘로 나누는 형태야말로 따르는 여자를 기르는 토미사키이기에 아라이가 있다. 세 갈림길의 높은 산으로부터 벗겨져 떨어진 바위에서는 빛나는 궁전에서 키우는 가을이야말로 가시가 된다. 덕이 휘감기는 새는 상수리나무에 모이고, 병사가 대부분 떼지은 성에서 꺾이는 배여. 북쪽의 곶 섬에서 향기는 무턱대고 퍼지는 뿌리와 같고, 천의 사슴이 미소짓는 언덕은 그러나 심하게 입이 걸어, 신은 뜻대로 동쪽에 계신다.]

 

Q.02

난이도: ★★★★☆

 

여기 있는 사람 누군가를 가리키는 암호문이야.

 

[1학년 A반 8번, 토슈사이 쿄라, 5월 1일생]

 

[1학년 A반 4번, 오모무로 유카코, 2월 2일생]

 

[1학년 A반 17번, 유가타 타유, 1월 4일생]

 

해독해 보렴.

 

풀 수 있다며?

아슬아슬할 때까지 궁지에 몰리면.

자력으로.

 

(살아 있었어……

아직……)

 

이게 뭐람……

전혀 영문을 모르겠는데……

문장이 성립된 것 같으면서도 안 되어 있어……

이게 무슨 고문서람.

기분 나빠.

 

이 세 사람 중 한 명의 이름이 되는 걸까?

아니, 출석번호일지도…… 출신지?

 

저기… 안경 써도 돼?

긴장해서 작은 글자가 잘 안 보여서…

 

…………

마음대로 해, 안경 정돈.

머리 길이가 그래선 방해될 테지.

묶는 게 어때?

타유탕. 예비 고무줄 빌려줘.

 

네입.

 

고마워.

 

천만에.

 

……………

 

??? 이 아이, 안경에 말을 걸고 있어……?

불쌍하게도……

 

해동편아이시 콜드 리딩!

 

어제랑 똑같아. 용지가 빛나―― 아니.

암호문이 빛나 보여.

아니, 그것도 아니야.

암호문도 빛나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세 사람에게 이 빛은 안 보이니까.

그러니까 빛나고 있는 안경의 렌즈 안쪽!

즉 이건 패션 안경이 아니라 스마트 안경이야!

 

(이걸 쓰면 똑똑하게 보일걸.)

 

(보이는  바꿔 봤자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보인다현실이 확장된다……

잘 보면 문장 전체가 빛나는 게 아니야. 빛나고 있는 건 한자뿐!

어제는 X크로스워드의 세로 열 하나만 빛나 보여서, 거길 세로축으로 두고 풀면 된다는 걸 알았었지.

…그럼, 한자만을 픽업하면――

 

!!

 

?

?

 

응… 역시 이거……

 

도도부현… 맞지?

 

…글쎄, 어떨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맞는 거 아냐?

 

현혹되지 마. 도도부현이 틀림없어!

기본적으로 도도부현의 머리글자야!

후쿠시마(福島)·후쿠이(福井)·후쿠오카(福岡)처럼 머리글자가 중복된 경우에는 두번째 글자로 시프트…

그러니까 '山'는 야마가타(山形)·야마나시(山梨)·야마구치(山口)가 아니라 '岡'가 후쿠오카(福岡)와 겹친 오카야마(岡山)인 거지?

마찬가지로 '根'는 후쿠시마(福島)와 겹친 시마네(島根)……

미야자키(宮崎)는 미야기(宮城)와도 나가사키(長崎)와도 겹치지만 '城'가 미야기라면 소거법으로 '宮'는 미야자키가 돼……

그러니까… 어디 보자…

 

불쌍하게도……

 

이렇게 돼!

 

아니, 도도부현인 것 정도는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고! (그러니까 출신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문제는 그게 어쨌단 이야기냐는 거잖아?!

 

그냥 대충 대답해 버릴까……

어림짐작이라도 3분의 1 확률로 맞을 테고……

자기주장이 강한 악역 영애라면 자기 이름을 대답으로 하지 않을까?

 

안 돼! 조금만 더!

확률보다도 확실을!

 

불쌍하게도……

 

이 정렬이 수상해! 어떻게 된 순번이지?

문장의 부자연스러움을 봤을 때 랜덤이 아니야. 반드시 의도가 있어!

인구순? 면적순? 둘 다 명백히 아니야…

……애초에 도도부현의 기본 정렬이 뭐지…?

 

JIS(일본산업규격) 코드…… 그럴듯해!

그렇다면 이 기준을 어떤 규칙으로 바꾸어 정렬한 거지?!

 

생각해라생각해라생각해라생각해라생각해라생각해라!

이만큼이나 버프가 걸렸는데 못 푸는 건 너무 한심하잖아!

 

…슬슬 타임 오버로 봐도 될까?

하인 .

 

이로하자카 이로하… 야.

 

…응, 알고 있어. 네 이름이지.

하지만 이제 필요 없잖아?

앞으로 3년간 하인이라고 불릴 너에게는.

 

그게 아니라.

이로하자카 이로하.

그것이 암호문이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해독했읽었거든!

 

!!

 

확실히 당신은 '여기 있는 사람 중 누군가'라고밖에 말하지 않았어…

설마 나도 계산에 포함시켜 줬을 줄이야.

X크로스워드의 자기소개를 검증하기 위한 빈정거림이야?

아니면 3분의 1 확률로 쉽게 가려는 나를 웃음거리 삼을 생각이었어?

 

내 험담을 심하게도 하는구나. 상처야.

원망하는 말보다 수수께끼 풀이를 해봐.

 

도도부현은 1도(都) 1도(道) 2부 43현. 즉 합해서 47개 지구.

이 47이라는 숫자는 고전 수업에서 배우는 어떤 노래를 연상시키지.

이로하노래!

고전 히라가나 47음을 한 번씩 사용하는 팬그램!

JIS 코드 순으로 47음을 끼워맞춘 도도부현의 이니셜을 이로하노래 순으로 바꿔서 나열한 게 이 문장이야!

이렇게 보면 문어체인 것도 사실은 힌트고!

 

그러니 암호문이 가리키는 건 바로 나.

 

[1학년 A반 1번, 이로하자카 이로하, 11월 21일생]

 

라는 것 정도는 이로하의 이야, 아가씨.

 

만점이야. 무척 훌륭하구나. 이로하자카 .

 

그 자력을 봐서 오늘만 그냥 보내줄게.

내일부터는 필사적으로 우리에게서 도망다니도록 해.

계집애처럼.

 

자력……

 

저… 저기, 토슈사이 씨. 나 사실은――

 

기다려, 토슈사이. 암호를 해독당한 너의 패배니까,

[계좌 동결] 네가 나의 하녀가 되는 게 조리에 맞지 않겠어?

 

!?!?!?!?!??!?!?!

 

네놈, 불쌍하게 여겨 줬더니…!

 

아… 아니야. 방금 건 안경…

이 아니라 상상 친구가……

 

무엇이든지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주인님.

 

……………………………!

 

…용무가 없으신 모양이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주인님.

 

[언론탄압] [언론탄압] [언론탄압]

 

한마디도 공개하지 못할 협박 대사를…

 

뭐… 뭐야 이 안경… 말하는 거야?!

AR뿐만 아니라 AI?!

 

이런 하이스펙 안경을 가지고 도망다니다니…

그 애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뭐 하는 사람이냐고?

그러니까 이 몸은 1학년 M반 호라가토게 코고에라고.

큰 소리론 말 못하지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장래성이 있는데, 이로하자카 이로하.

이 몸의 전쟁병기를 갑자기 저 레벨로 다룰 수 있다니.

차라리 이대로 참전해달라고 할까?

암호학원에 잠든 500억 M모르그어치 암호자산의 발굴전쟁마이닝 워에.

 


 

제2호. 배가 고파서는 암호를 할 수 없다

 

Q.03

난이도: ★☆☆☆☆

 

암호학원 명물, 모스 부호 식권기(무료)!

오늘은 우동이 먹고 싶은걸!

뒤에 줄이 늘어서 있지만 않다면 말이야!

 

하아…

 

악역 영애 토슈사이 씨와의 암호 배틀로부터 하루.

나, 1학년 A반 이로하자카 이로하의 학원 생활에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

그 아이는 그 뒤에 무사히 도망치는 데 성공했을까.

1학년 M반 호라가토게 코고에.

이 이상한 하이스펙 안경을 돌려줘야만 하는데――

 

우옷!

갑자기 깜깜해졌다!

오늘로 세상이 끝난 건가?!

 

니히히. 걱정할 필요 없어, 이로하.

그 악역 영애는 수업 태도는 성실하니까.

큰 소리론 말 못하지만 방과후까지는 비교적 안전하단 말이지.

 

……쫓기는 이유는 한 번 묻지 않겠다고 한 이상 묻지 않겠지만,

이 안경은 도대체 뭐야? 덕분에 살았지만, 반칙한 것 같아 기분이 꽤 좋지 않았어.

악역 영애한테 찍혀버렸고……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은 알려줄래?

안 그래도 반에서 유일한 남자라 붕 떠 있는데 따돌림까지 당하면 곤란해.

 

그 이야기야말로 방과후 전에는 못하겠는데~

이로하. 손 좀 내밀어봐. (잘 안 쓰는 쪽으로.)

 

?

 

Q.04

난이도: ★★★☆☆

 

방과후에 장소로 와줘.

따돌림을 피하는 손쉬운 암호야☆

 

음~ 얼버무려 버렸네.

안경도 결국 돌려주지 못했고.

어떻게 할까. 방과후엔 동아리 같은 것도 둘러보고 싶은데.

헤어질 때 받은 숙제도 귀찮고.

이건 이제 토슈사이 씨에게 솔직히 눈물로 호소해서…

 

어머나, 주인님, 안녕하신가요.

후딱 의자에 엉덩이 붙이지 않을래?

등 뒤는 내가 지켜줄 테니.

 

……………………

고마워, 믿음직스럽네~ 토슈사이 씨……!

 

좋았어, 방과후엔 코고에 짱을 만나러 가자!

그러지 않으면 동아리가 아니라 장의사를 찾아봐야 할지도 몰라!

 

그렇다곤 해도 감이 안 잡히네, 이 암호(도)…… (지도?)

모스 부호로 쓴 우동과 돈까스덮밥도 구별하지 못하는 나한테는…

 

!!

 

뭐야?! 등에 이상한 감각이……

거짓말! 찔렸어?! 수업 중에?!

……그게 아니라, 손가락?

토슈 사이 씨…… 내 등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고 있는 거야?

 

뭐…… 뭐라고 쓰는 걸까?

교실 뒷담 게시판이 아니라 등뒤 게시판?

제발 악담이 아니기를…… 어디 보자.

 

안경을

안 쓰면

칠판이

안 보이는 거

아니야?

 

(작은 글자가 잘 안 보여서…)

……………

 

아~ 그랬지. 안경, 안경.

어디에 뒀더라…… 머리 위였던가~?

 

겨우 찾았다……

 

!!

이 안경이 또 자동적으로…

……보조선?!

 

규칙성이 없는 선인가 했는데……

이렇게 보면 깔끔하게 모눈별로 나뉘어서……

어라? 하지만……

 

16개 있는 모눈 중에 하나만 아무것도 안 그려진 칸이……

 

……………

 

15퍼즐?

 

!!

 

역시……

이렇게 입체화시켜 보면 일목요연해.

그림이 없는 게 아니라 이 부분은 비어 있는 거야.

이 슬라이드 퍼즐은 해본 적이 있어……

(스마트폰 게임으로 한 거지만)

에헷! 이건 아무리 그래도 이로하의 이지!

 

…… 다 했다!

6교시까지 끌어버렸지만!

 

이건…… 알파벳…… M?!

어라? 장소를 가리키는 암호일 텐데…

M? M반? 그런 반은 실재하는지도 의심스러운데…

역시 어떻게 해서든 식당에서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을까.

하지만 그때는 배가 가득 찼었고, 머리도 가득 차서……

 

아.

 

알파벳의 M은 모스 부호로 'ーー쯔쯔'.

즉 'TWO TWO'…… 이걸 '2의 2'라고 읽어서 2학년 B반이 정답이었다고 보면 될까?

'ーー쯔쯔'는 한자 숫자의 '1의 1'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1학년 A반은 출발점인 우리 반이니까 제외할 수 있고.

 

나이스한 해동편아이시 콜드 리딩이야.

무척 훌륭하다고, 이로하자카 이로하!

 

[1학년 M반 0번, 호라가토게 코고에, 6월 7일생]

 

맹점이라고 할까…… 이로하의 이지.

신설교라서 아직 사용되지 않는다고는 해도…

상급생의 교실은 오기 쉽지 않은걸.

아니면 여기가 1학년 M반인 거야?

 

M반이 있는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친해지고 난 다음에 하자.

그런데 이로하.

숙제는 해왔어? 암호가 아닌  말이야.

 

…해왔어.

그쪽은 이로하의 이가 아니었지만, 숙제라고 하면 해버리는 인간이야, 나는.

학원에 입학한 이유를 친구 전원에게서 들었어.

 

암호를 푸는 게 좋아서. 일류 암호 해독가가 되는 게 꿈이거든.

[1학년 A반 6번, 카리가네 카쿠네, 5월 8일생]

 

하아? 국민의 의무잖아?

[1학년 A반 14번, 보타야마 하루키리, 6월 26일생]

 

왜냐니… 우린 대대로 군인 집안이라.

[1학년 A반 13번, 하하쿠라 란스롯토, 1월 5일생]

 

학원의 이념에 공감한 거야…

[1학년 A반 5번, 카스리 엔사, 2월 3일생]

 

슈땅은 친구가 권했어. 그런데 넌 누구야?

[1학년 A반 11번, 누타바 슈탄, 5월 3일생]

 

[규정 위반]

[1학년 A반 16번, 모쿠모쿠렌 아시비, 9월 3일생]

 

공짜 밥을 주니까.

[1학년 A반 19번, 요로카와 쇼쿠호, 3월 8일생]

 

아하핫. 그야 교복이 귀엽잖아.

[1학년 A반 2번, 우미츠바메 슨카, 9월 7일생]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랍니다.

[1학년 A반 12번, 노히메 이에스노, 3월 14일생]

 

오빠의 원통함을 풀어주고 싶거든. 남동생을 위해서.

[1학년 A반 18번, 요사이무라 로카쿠, 3월 27일생]

 

[기업비밀]

[1학년 A반 10번, 나마스 아키나, 8월 4일생]

 

본인에게는 동경하는 암호병이 있습니다.

[1학년 A반 15번, 마무시히시메키 오타마쟈쿠시, 9월 5일생]

 

왠~지 즐거워 보이잖아? 내 이유는 항상 그거야!

[1학년 A반 7번, 코시바이 시츠케, 4월 3일생]

 

동기는 증오, 그리고 분노다.

[1학년 A반 3번, 오보로 소보로, 9월 26일생]

 

[도덕조례]

……………….

[1학년 A반 9번, (익명 희망), (생일 비공개)]

 

……물론 은 제외했지만 말야.

저기, 이 숙제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거야?

목적도 꿈도 없이 이 사관학교에 흘러들어온 남자랑 달리,

여자들은 다들 획일적이지 않은 각자의 이유가 있다고 가르쳐주고 싶었던 거야?

 

아니, 그게 아니야.

중요한 건 그녀들이 무엇을 말했든 간에,

대부분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

큰 소리론 말 못하지만, 그녀들의 지망 이유는 따로 있어.

 

새빨간 거짓말쟁이 놈들이 노리는 건 암호학원 지하 깊은 곳에 묻힌 은닉 재산.

500억 M모르그!

 

500억 모르그… 라니…… 어디 보자.

에헷? 일본 엔으로 얼마야?

 

그건 한마디로 말할 수 없겠는데.

어쨌든 모르그는 암호화폐야.

그 가치는 시시각각 극적으로 변화하지.

 

단 모르그에는 다른 암호화폐와 다른 특수한 사정이 있거든.

원금 보장은 못하지만 아무리 내려가더라도,

선진국이 계상하는 군사 예산의 중앙치를 밑도는 일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

큰 소리론 말 못하지만 말이야.

 

으… 군사 예산이라는 건, ……… 원금이란 건 뭐야?

 

역시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구만.

M자금이라고 알아?

GHQ(연합국 총사령부)가 점령 하의 일본에서 몰수했다는 내력이 있는 금은보화인데,

무얼 숨기랴, 이 암호학원은 그 일부를 사용해서 신설된 거야.

그리고 남은 건 투자에 돌려졌지.

학원의 운영자금으로서, 그리고 학원 제일의 암호 해독가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으로서.

 

'원금'이 무슨 말인지 물어본 거지만, 뭐 됐어.

포상금? 그건 뭐야? 처음 듣는데…

 

그야 입학안내서에 쓸 수 있는 교풍은 아니니까.

하지만 빈틈없는 녀석이라면 이미 군사 예산에 어울리는 수석이 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걸.

 

그 안경은 말이야, 이로하.

말하자면 곡괭이야.

500억 M모르그의 재보를 발굴하기 위한.

 

군수기업의 후계……

죽음의 상인인 토슈사이 쿄라를 주축으로 한,

돈이 목적인 녀석들을 제치기 위해 이 몸이 발명한 비밀병기지.

 

…마치 자기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은 말투구나.

호라가토게 코고에 씨.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돈은 필요해. 엄청나게 갖고 싶어.

 

왜냐면 그만큼 있으면 이러고 있는 지금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반은 멈출 수 있으니까.

 

사실은 전부라고 말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지.

그걸 위해 이 몸은 암호학원에, 그리고 M반에 스카우트를 받아준 거야.

 

지…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놀리는 거야?

똑똑한 사람들이 다들 말하는데?

전쟁은 사람의 업이고, 없애는 일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그러니까 지금도 이런 학교가 있는 거잖아?

폭력으로 따르게 하거나, 머릿수 차이로 위협하거나,

평시라도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데, 그걸 너 혼자서――

 

그러니까 전부 없앨 수 있다고는 안 했어.

그리고 혼자서 할 수 있다고도 안 했고.

 

이로하가 이 몸의 전우가 되어 주어야 비로소 이룰 수 있는 전략이야.

꿈이 없다면 이 몸이 꾸게 해줄게.

우선은 절반, 같이 전쟁을 없애보자고.

 

그 곡괭이는 돌려주지 않아도 돼. 오히려 이로하 같은 인간이 갖고 있어줬으면 해.

그리고 이 몸의 보물찾기를 도와준다면 기쁘겠어. 구체적으로는,

우선 거짓말쟁이 반 친구 놈들을 해독으로 때려눕히고 학급병장 자리를 획득해 줘.

답답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내할 수 있어.

이 몸이 소속된 M반을 포함한, 암호학원의 심연으로.

 

……왜? 왜 나야?

반칙을 쓰지 않으면 오늘까지 하나도 암호를 풀 수 없었을,

머릿수 맞추기로 입학하게 된 남자니까 거꾸로 신용할 수 있다는 거야?

 

…곡괭이는 결국 곡괭이일 뿐이야.

보조선을 그려주기는 하지만, 정답 그 자체를 알려주는 게 아니지.

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식당에서 만들어진 암호니까 모스 부호 관련일 거란 통찰이나,

1학년 A반과 2학년 B반의 2택에서 간단히 전자를 제외할 수 있는 직관이 암호 해독에는 불가결하거든.

유감이지만 설계도대로 비밀병기를 만들 수 있어도 이 몸은 그 부분의 센스가 전혀 없어서 말이야.

그러니까 전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어.

겸손하지 마. 이로하는 이 몸이 이 학원에서 처음으로 발굴한 재보라고.

센스가 있다는 것뿐만이 아냐. 하물며 성별 같은 건 관계 없어.

이 몸이 이로하에게 반한 건 도망 다니던 이 몸을 이유도 묻지 않고 숨겨준 바보라서야!

 

틀렸어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호라가토게도…… 이로하자카도……!

왜인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녔던 모양입니다만……

그리고 상당수의 학생이 이로하자카를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미래의 암호부대가 그래서는 곤란한데.

큰일 났는걸. 너무 심하게 을렀던 걸까.

이 이상 코고에에게는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쯤 그 계집애의 세 치 혀에 농락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호라가토게의 친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인가요?

그건…… 대단히 안 좋은 전개네요.

 

아마도 이로하자카 녀석, 무엇을 도와주고 누구를 감싸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을걸요?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꼬랑지에 불이 붙은 격이야.

전쟁이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전재(戰災)의 암호화폐 '모르그'.

우리 회사의 기술 고문이 그런 부(負)의 유산을 500억이나 손에 넣으면,

이러고 있는 지금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눈 깜짝할 사이 배로 늘릴지도 몰라.

내가 죽음의 상인이라면, 코고에는 전쟁상이야!

 


 

제3호. 해독은 춤춘다, 그러나 나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무기를 사고팔듯이, 그 애는 전쟁을 사고팔아.

호라가토게 코고에는 전쟁상이야!

 

응? 어라어라?

아아, 전개를 너무 서둘러 버렸나? 니히히.

그러면 500억 M모르그는 그렇다치고 우선은 친구부터 시작하자고, 이로하.

 

앗… 아니, 그게 아니라.

바로 그 친구라는 것에 대해서 말인데.

마음은 기쁘지만…… 그 왜, 있잖아.

이제 막 만난 남녀가 이런 속도로 친해지는 건 별로 이로하의 이가 아니려나 하고……

 

성가시긴!

 

……미안. 나 이제 돌아갈게.

오해하지 마. 세상에서 전쟁을 절반 없앤다는 꿈은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해. 감동하기도 했어.

그렇기 때문에 보물 찾기를 함께하는 전우로는 좀 더 의지가 되는 아이를 골라줘.

 

……………

 

재미있지 않았어?

아니지. 재미있었을 거야.

큰 소리론 말 못하지만, 쾌감으로 기분 좋았지?

학원이나 악역 영애나 이 몸이 내준 불합리한 암호를 해명하는 건.

지금은 아직 실감하기 어렵겠지만 이로하라면 머지않아 자력으로――

 

호호호. 차여버렸군요, 코고에 박사님.

 

!!

 

CG……

……아니, 딱히 차인 거 아니거든.

전략을 말해주면 따라와줄 거라는 계산이었는데, 이로하의 자기긍정감이 예상보다 낮았어.

따라가질 못하겠다고 생각하게 해버린 모양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전쟁상으로서는.

 

그렇지. 몸은 이로하가 학급병장이 줬으면 하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니까.

큰 소리론 말 못하지만,

작은 거라도 좋으니 실제로 두세 개 정도 암호 해독으로 전쟁을 멈추게 해줘 볼까!

그럼 이 몸한테 홀딱 반하겠지.

자신이 없다면 성공 체험을 잔뜩 쌓게 해주마, 이로하!

 

………………………………………

아~……

 

나의 이런 부분 말이지. (알고 있어.)

결국 안경은 아직도 돌려주지 못했고……

아, 그러고 보면 왜 안경이 말하는 건지 못 물어봤네.

그 이후로 한마디도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러면 된 거겠지.

18명의 반 친구를 해독으로 때려눕혀서 학급 병장이 된다니, 꿈 같은 이야기에도 정도가 있지――

 

(꿈이 없다면 이 몸이 꾸게 해줄게.)

 

!!

 

……………………!

 

…안심하시길. 아가씨라면 여기엔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항상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선택해 주세요, 이로하자카 군.

암호 배틀인지, 댄스 배틀인지!

 

……역시 그 안경이 명백하게 수상하지.

오늘도 수업 중에 그걸 쓰고 있을 때만 태도가 이상했고…

 

불쌍한 사람이 아니었던 건가요.

하지만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틈을 봐서 낚아채 버리면……

 

…………

유카코.

너, 재료비만으로도 1억 엔 이상 들었을 아이템을 강탈하자는 제안을 하는 거니?

괜찮겠네. 셋이서 손잡고 군용 형무소에 가는 것도.

 

앗, 아뇨… 그럴 생각은…

 

전쟁상 본인에게서 빼앗는 거라면 몰라도 최신 병기가 정식으로 양도된 거라면

우리는 이로하자카 군이 스스로 내놓게 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일부러 무해해 보이는 녀석한테 맡긴 걸까요.

하지만 내놓지 않을 텐데요, 토슈사이 님.

전쟁상 말대로라면 그건 1억 엔은커녕 500억 M모르그를 발굴하기 위한 곡괭이인걸요.

 

그리 걱정 마. 방법이라면 있어. 꼬리를 말고 내빼기엔 아직 일러.

여기는 암호학원이야. 저렇게 안 어울리는 남자아이라도 그 학생이라는 건 틀림없지――

 

어때?!

 

아~…… 네. 네.

그럼 당신이 춤추는 동안 암호를 작성했으니 이걸 30분 안에――

 

어라~! 이야기가 다른데~!

날 속였구나! 난 댄스 배틀을 선택했는데! 다음은 네 차례잖아?!

 

폼 잡는 대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아 주시죠!

남자 주제에 여자보다 귀엽게 춤추고 앉아서는!

 

……남자 주제에라는 건 필요 없는 말이잖아.

여자보다 귀여워도 딱히 상관없고.

 

그렇지요, 미안합니다!

무척 훌륭했어요!

이 암호를 30분 안에 풀 수 있다면 우리는 두 번 다시 당신에게 시비를 걸지 않겠습니다.

자리도 바꿔 달라고 제가 요청하지요.

아가씨의 암호를 멋지게 풀어 보인 이로하자카 군에게는 나쁜 조건이 아닐 텐데요?

 

……………

너희가 약속을 지킨다는 보증은?
(방금 거짓말을 했으면서.)

 

(조용히 하세요.)

이곳은 암호학원입니다.

암호문으로 나눈 약속은 절대적이고말고요.

 

Q.05

난이도: ★★★★★

 

…………

니히히!

아쉬워라! 나도 보고 싶었는데~ 이로하의 창작 댄스!

뭐, 이로하 시점으로 당황하는 유카코를 본 것만으로도 유쾌유쾌해!

 

…괜찮겠습니까, 코고에 박사님?

이대로라면 이로하자카 이로하는 당신의 고용주, 토슈사이 쿄라의 측근에게 압살당할 텐데요?

 

완전 괜찮아! 이럴 때를 위해 손주를 맡겨둔 거니까.

몸의 전우가 암호해독가라면 악역 영애의 추종자 정도는 일축해 줘야지!

그보다 이 몸은 멈출 전쟁을 선정해야겠어.

그래서 M모르그가 폭락해 버리면 본말전도니까, 욕심을 말하자면 영향이 한정된 충돌을 해독하고 싶은 참이야.

 

…이 암호를 못 풀었을 경우, 나는 너희들의 하인이 된다는 거면 되는 거지?

전과 똑같은 조건으로……

 

아뇨. 당신 같은 건 머리카락 한 올도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쓰고 있는 안경을 제공하십시오.

 

!!

 

아~ 역시나 들켰나. 니히히.

뭐, 처음부터 일부러 놀게 해주고 있단 느낌은 있었지.

 

…………

유가타 씨! 전에 못 돌려준 머리끈, 또 써도 될까?

 

그러든가. 그냥 줄게.

너, 그거 저번에 입에 물었었잖아.

 

에헷.

 

오모무로 씨.

그런 거라면 조건을 바꿔도 괜찮을까?

자리를 바꾸는 정도론 수지가 안 맞으니까.

 

? 뭡니까?

돈이라도 걸라는 건가요? 아니면 저보고 춤을 추라고요?

 

아니. 내가 이 암호를 풀면 너희들, 더 이상 코고에를 쫓아다니지 말아 줘.

 

아~…… 코고에라는 게 누군지는 모르지만, 농담이라도 나 같은 거한테 반했다고 말해준 아이야.

협력해줄 수는 없지만 방해하고 싶지 않아.

 

~~~~~~~~~~~~~~~~~~~~~~~~~(하트)

 

아니, 당신이 홀딱 반해서 어쩌자는 겁니까.

 

…제 재량을 넘어선 조건입니다. 아가씨의 행동을 저 따위가 판돈으로 걸 수는 없습니다.

그럼 너랑 유가타 씨까지면 돼. 둘 다 코고에 수사반에서 빠져 줘.

그 정도라면 이로하의 이잖아?

 

…………

남자 주제에 종알종알 잘도 말한다, 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뇨? 남자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쪽은 조건을 더하죠.

암호를 풀지 못하면 안경을 제공한 뒤 당신은 참호학원으로 전학을 가주셔야겠습니다.

 

!!

 

참호학원…

암호학원과 쌍을 이루는 코만도 육성을 위한 스파르타 '남학교'잖아.

그런 데에 보내지면 3일도 못 버티겠지, 이로하자카 군은.

 

저는 항상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꼴사납게 눈물로 사죄해도 좋습니다만?

남자 중의 남자라면.

 

폼 잡는 대사네.

이로하의 이야, 전학 따윈.

 

그러면 암호 배틀 성립입니다!

당신이 암호를 풀면!

저희 두 사람은 결단코 호라가토게 코고에에게 관여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요!

 

나도 맹세할게. 이게 마지막,

해동편아이시 콜드 리딩――

 

………………

어라어라?

빛나긴커녕 새까매졌는데?

접속이 끊어져버린 건가? 아~ 증말.

한창 좋았는데~… 통신위성 보수한 지 얼마 안 됐거든?

 

………………

무례를 무릅쓰고 묻겠습니다, 코고에 박사님.

이로하자카 이로하에게 제 손주를 양도할 때,

물론 충전기도 세트로 건네주신 거겠죠?

 

앗……

 

그러니까 접속이 끊어진 게 아니라……

배터리가 다 떨어진 거야!

 


 

이 글은 소년 점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업로드한 〈암호학원의 이로하〉 보이스코믹 1~3화 합본판의 번역입니다.

이후 원본 영상의 공개 상태에 따라 비공개 처리될 수 있습니다.
단행본 구입 및 번역본 열람에 관해서는 이쪽을 참조하세요.

 

  1. 이로하의 이(いろはのい): 식은 죽 먹기라는 뜻의 관용어. [본문으로]

 

 

헛소리 시리즈 『키드냅 키딩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의 딸-』 스페셜 PV

 

음성: 유우키 아오이


어떤 방패라도 반드시 관통하는 최강의 창과,
어떤 창이라도 반드시 튕겨내는 최강의 방패의 충돌.
즉 흔히 말하는 모순이지만,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라기보다――헛소리다.

어쩌면 그 상인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최강의 창과 최강의 방패를 널리 팔아치우면 충돌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고.
유괴당하는 아이도, 착취당하는 아이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고.
그렇다고 한다면 사기꾼도 거짓말쟁이도 아니라 몽상가이고,
그것을 헛소리로 끝내는 쪽이 어린애 같다.

나는 쿠나기사 준.
자랑스러운 방패.

어떤 꿈이라도 반드시 관철하는 최강의 의지와,
어떤 압력이라도 튕겨내는 최강의 근성으로 발매되는,
헛소리 시리즈 정통 속편.
기대하시라.

이거,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니시오 이신 20TH ANNIVERSARY MOVIE

 

음성: 카지 유우키

한국 미정발 작품은 * 표시

 

10년이 옛날이라는 것이 공식이라면, 20년에 이르면 그것은 역사다.
그러나 이것은 교과서에 실릴 법한, 수려한 승리자가 쓰는 역사가 아니다.
대단히 희귀한, 패배자가 써내려간 역사다.
다시 한 번 패배를 인정하기 위해, 20년에 걸쳐 되돌아보자.

새로운 신본격, 여기에 나타나다.
절해의 고도에서 펼쳐지는 잘린 머리 합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 것은 악마의 두뇌인가, 무능한 천사인가.
《잘린머리사이클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

이 소설에는 폭력 장면과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와 나의 일그러진 세계》

그러면 제로자키를 시작하자.
이것은 가족을 동경하는, 이상한 귀신 살인귀.
《제로자키 소시키의 인간시험》

인류에게 사랑을, 마법사에게 자유를.
소년소녀에게 대모험을.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

그 소녀에게는 무게가 없었다.
그 소년에게는 인간미가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매망량을, 마음속에서 찾아낸다.
《괴물 이야기》

사랑은 칼로 잘리는가.
칼은 사랑으로 부러지는가.
《칼 이야기》 전 12권

지구의 비명을, 흘려들어라.
《비명전》*

망각당한 명탐정의 개가이자 진혼가.
《오키테가미 쿄코의 비망록》

사랑에 빠질 것인가, 지옥에 떨어질 것인가.
좋을 대로 해라.
《인류 최강의 첫사랑》*

별에 마음을 빼앗긴 가련한 소녀를,
아름다운 동심은 놓치지 않는다.
《미소년 탐정단》

엽기 범죄자는 베일을 벗지 않는다.
사건은 어둠에 싸여 있다.
《베일드맨 가설》*

그리고, 새로운 패배자의 등장이다.

신 시리즈, 주역은 대도둑.
그는 잃어버린 로망을 있어야 할 장소로 반환한다.
난공불락의 금고에도, 입구 없는 미술관에도,
돌고 돌아 보물을 돌려준다.
《괴도 플라뇌르의 순회》*

추신.
마지막으로, 사사로운 일이지만.

목을 씻고 기다리고 있었니?
《키드냅 키딩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의 딸-》*

패배자의 역사는 반복되지 않고 그저 계속된다.
헛소리지만 말이야.

이야기 시리즈 오프&몬스터 시즌
니시오 이신 신작 단단편
주제가 YOASOBI 〈UNDEAD〉 원작소설

 

시노부 퓨처


000


 "오래 살아도 미래 같은 것엔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내 인생에 반짝반짝하고 멋진 일은 전혀 생기지 않는 게 아니겠느냐."
 소파에 엎드려서 퍼질러 누운 구 키스샷 아세로라오리온 하트언더블레이드──전 철혈이며 전 열혈이며 전 냉혈의 전 흡혈귀, 귀신 오빠가 말하는 오시노 시노부는, 그런 고민을 내게 토로했다.
 아니, 너는 이미 극복했잖아.
 그런 지루한 고민을.
 "애초에 인생이 아니잖아. 너의 600년은 사람의 삶이 아니라 요괴의 죽음이잖아."
 "누구의 600년이 요괴의 죽음이라는 게냐."
 뭐, 살해당한 거나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내 주인님에게.
 라고, 구 하트언더블레이드는 말했다.
 결국 이 녀석은 그 요괴의 죽음이 있었기에 목숨을 부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이런 건 정기적으로 카운슬링을 받으라고 하더구먼. 결국 기복이 있는 것이니."
 "진짜로 노인의 푸념을 듣고 있는 기분이라고. 카운슬링 룸이 아니라 툇마루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야. 실제로 600년이나 살고 있으면 대부분의 현상은 경험했다는 게 되겠지만──"
 그런데 기술의 발전에는 항상 놀라게 되는 게 아닐까? 전구, 텔레비전, 휴대전화──우주선.
 병기 같은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의 역사가 모두 과거가 될 법한, 터무니없는 브레이크스루는 정기적으로 등장한다──내가 살아온 (죽어온) 이 100년만 해도 그렇다.
 아찔해지는 미래.
 어지럽게도.
 "생각해 내라고, 구 하트언더블레이드.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얼굴을 해도, 종이가 발명됐을 땐 깜짝 놀랐잖아?"
 "그렇게까지 오래 살지 않았다. 허나 내가 보자면 아직 병아리이기는 해도 과연 불사신의 괴이로구먼. 네가 하는 말은 옳아."
 "그렇게 칭찬을 들으면 과연 너도 늙었구나 싶어."
 "시끄럽구먼. 그러니 말이다, 시체 인형이여. 그 정기적으로 특이점이 생겨난다는 것 자체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말이다. 세계를 뒤집어버릴 법한 대발명 따윈 내게는 흔한 일일 뿐이다. 네, 네, 그 패턴이군요, 하고 간단히 분류해버리게 된단 말이다."
 "네가 대발명을 해낸 것도 아닐 텐데."
 보편은 불변이라는 건가.
 거꾸로 말하면,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미래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뭐, 어떤 대발명이라도 본인들 입장에서는 연면히 이어지는 역사의 전승일 뿐이니까. 실인즉 새로움 따윈 어디에도 없다──얼마나 갈고닦는가의 문제다.
 반짝반짝하게. 혹은 번쩍번쩍하게.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너 자신인 것 아니야? 우중충한 네가 너 자신을 갈고닦으려 하지 않으면 그야 미래는 연마되지 않겠지."
 "그렇구먼!"
 납득해도 곤란한데.
 딱히 널 감격시키려던 건 아니야.
 정말로 귀여워졌네.
 "오래 산다는 건 마찰을 피하는 방법을 익힌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줄질하는 법을 잊어버렸던 건가."
 "옛날에는 너 자신이 줄칼 같은 존재였고, 마찰의 마와 연마의 마는 다른 한자지만 말이야."
 "같은 한자로도 표기할 수 있다. 너와 다르게 나는 오래 살았으니 알고 있다."
 "마찰을 피하라고."
 "바뀌었다고 생각해도 결국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게야."
 "퇴행이라기보다 선조회귀(격세유전). 600년이나 지나면 자극에 익숙해져 버리는 건지, 아니면 자극에 둔해져 버리는 건지 미묘한 부분이네. 너보다 오래 산 식물이라면 있겠지만. 천년 삼나무라든가."
 그러고 보면 구 하트언더블레이드의 권속인 귀신 오빠는 한때 식물이 되고 싶다고 지껄였었다. 매일이 놀랄 일과 발견으로 가득 찬 십대의 젊은이가 말할 법한 소리이기는 하다──억지로 변화를 강요당하는 십대의 젊은이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말하는 것 같지만, 자극에 견딜 수 없는 섬세함을 고백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너도 패닉을 두려워하며 자기 껍데기에 틀어박혀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네. 미래 같은 건 바꾸려고 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잖아. 적어도 나쁜 쪽으로라면."
 "나쁜 쪽으로 바꾸면 어떡하자는 거냐."
 "나쁜 쪽이어도 돼."
 응?
 뭔가 누구 때랑 같은 결론이 되려고 하고 있나?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텐데.
 "신으로서 떠받들어지거나 남극에서 살기도 했던 너라도 사실은 한 적 없는 일투성이잖아. 이 세상에 있는 책, 전부 읽어 봤어?"
 "책 같은 건 무엇을 읽어도 대체로 똑같다."
 "헛소리하지 마."
 뭐, 수가 방대해지면 방대해질수록 평균화되어 간다는 것도 사실이다. 옥석혼효[각주:1]는 보석과 돌멩이의 가치를 동일하게 만든다.
 요컨대 샘플이 많다는 뜻이니까.
 "다만 아까의 새로운 발명 얘기랑은 반대 논조가 되는데, 보거나 듣거나 맛보는 것을 똑같다고밖에 느낄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잘 모르니까 그런 거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아? 그걸 전문 분야로 하는 입장에선 백 마리의 금붕어라도 하나하나 구분이 간다고 말할걸."
 젊은이에게는 전통 예능이 모두 같은 것으로 보이고, 노인에게는 서브컬처가 하나같이 비슷해 보인다.
 "오랜만에 친구와 재회했을 때 '하나도 안 변했구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치면, 그건 정말로 변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사이의 변화를 친구가 모를 뿐이라는 단절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몰라. 뭐, 너에게 친구는 없지만."
 "시끄럽구먼. 있단 말이다, 친구 정도는."
 "호오. 흥미로운걸."
 "바로 너다."
 "그 미래야말로 예상 밖이야. 나는 너에게 반쯤 살해당했었으니까."
 설마하니 소파에 길게 누운 괴이의 왕의 시시한 고민을 카운슬링하는 미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말씀대로, 구 하트언더블레이드의 6분의 1이라고는 해도 나도 오래 산 편이기는 한데──이렇게 미래가 불확정이라는 것은 보증할 수 있다.
 애초에 이것조차 불사신의 괴이의 전문가로서, 그러해야 할 평화적인 모습의 배리에이션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나.
 결국은 말하기에 달린 법.
 꿈보다 해몽이다.
 "그런 식으로 소피스티케이트되어 가니까 과거보다도 미래가 재미없게 느껴진다는 사고실험도 가능할 법하네."
 "응? 무슨 의미냐? 너무 연마된 탓에 이 이상 더는 깎이지 않는다는 뜻이냐?"
 "책 비유로 말하자면 옛날 책이란 건 꽤나 엉망진창이잖아. 센고쿠 나데코에게 물으면 그게 좋은 거라고 하겠지만, 기승전결도 없는데다 장르의 구분조차 없기도 하고. 거기에 비하면 현대의 책에는 세련된 포맷이 있지."
 "센고쿠 나데코라는 건 누구냐."
 "후우."
 "나데시코가 아닌 거냐?"
 "신선한 반응이야. 한 바퀴 돌아서 새로워."
 "그리고 포맷이 성립한 순간에 미래는 고정되어 버리는 게 아니냐?"
 "세련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는 5-7-5-7-7처럼 말이야? 뭐, 옛날에는 전쟁도 조잡했지. 총기를 손에 들고 우렁차게 외쳤었어. 지금은 에어컨이 켜진 방에서 우아하게 드론을 조작해서 안전하게 공격할 수 있지."
 "아직도 조잡하지 않느냐. 그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세련된 것 같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으니."
 "흡혈귀라고 생각했는데 광견병이었다는 것도 일종의 소피스티케이트고 연착륙이란 말이지. 세계가 이해불능의 이매망량으로 가득 차 있던 두근두근 콩닥콩닥하던 시대를 알고 있으면 컴플라이언스에 지배된 현대는 너무나도 시시하게 보일 거야. 불쌍하게도."
 "멋대로 말해 놓고 멋대로 동정하지 마라. 컴플라이언스 같은 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소피스티케이트되는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나란 말이다."
 "그런 말을 하면 나도 결코 안전권에 있지는 않지만 말이야. 동녀의 시체 인형이니까."
 조만간 요괴 자체가 과거의 유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과거의 이물로.
 아니, 이미 전락했는지도.
 적어도 어린아이가 그리는 미래 예상도의 일러스트에 요괴의 소굴은 없다.
 "네 권속을 봐도 400년 전에 만든 초대와 현대의 2대를 비교하면 상당히 얌전해졌어. 2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궤도한 바보로 보이겠지만 초대의 난폭한 방식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과연 그렇구먼. 그 말을 들으니 단순히 옛날엔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어."
 자극이 없는 평온한 생활이, 지금의 내게는 자극적인 것일지도 모르겠구먼──하고, 전설의 괴이는, 제법 시들해져서 말하는 것이었다. 가지도 뿌리도 뻗지 않는 식물처럼.
 그러니까 그건 생도 삶도 아닐 텐데.
 죽음이며 멸일 텐데.
 "뭐, 옛날 책이 엉망진창인 건 단순히 당시에는 거슬러 올라가 다시 쓰는 게 어려웠다는 이유도 있지만 말이야. 종이 자체가 아주 귀중했으니까."
 "카캇. 그러면 가능한 한 오래 살아서 인생을 다시 쓸 수 있는 어플의 발명이라도 기다리도록 할까."
 그리 먼 날도 아닐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이런 회화도, 미래로부터 신중하게 다시 쓰인 과거일지도 모르지.

  1. 옥과 돌이 한데 섞여 있다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한데 섞여 있음을 이르는 말. [본문으로]

이야기 시리즈 오프&몬스터 시즌

니시오 이신 신작 단단편

주제가 YOASOBI 〈UNDEAD〉 원작소설

 

나데코 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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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계속, 과거의 나와 싸우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단 말이지. 이미 죽어 있어서 닿을 수도 없고 닿고 싶지도 않은 망령 같은, 속이 비쳐 보이는 과거의 나랑."
 센고쿠 나데코는 소파 위에서 천장을 올려다본 채로 배꼽 주변에 손을 모으고서 그렇게 말했다──예의 없게 드러누운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자세로 사용할 것이 상정된 디자인의 소파다. 나, 오노노키 요츠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소파 옆에서, 또는 그런 센고쿠 나데코 옆에서 회전 의자에 앉아 클립보드에 끼워진 진료기록에 메모를 휘갈기고 있다.
 요컨대 상담사 놀이를 하며 놀고 있다. 관찰 대상인 센고쿠 나데코로부터 사정 청취를 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당연한 일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의 나라. 네가 바보였던 시절의 에피소드던가?"
 "바보라고 하지 마. 그렇게 말하면 지금도 딱히 머리가 좋아진 건 아닌걸. 오히려 지금은 학교에 가지 않으니까 점점 머리가 나빠진다는 감각이 있어."
 "학교는 머리를 좋게 만드는 장소가 아니야."
 "그렇게 말해 주면,"
 "학교는 인생을 좋게 만드는 장소야."
 "최악이네."
 생각해 보면 나는 감정이 없는 괴이다. 카운슬링이라니, 이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저세상에서도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 같은 건 나에게는 암흑이다.
 누구에게나 그럴지도.
 "요컨대 앞머리가 길고 귀여웠던, 떠받들어지던 시절의 너와 비교당하는 게 컴플렉스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잘 아네."
 "아무리 노력하고 연구를 거듭해서 스스로를 바꾸는 일에 최선을 다해도,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어리광부릴 수 있었던 시절의 스스로를 넘어설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게까지 말하면 덧없는 과거의 나를 지키고 싶어지기도 해. 그 시절의 나도 그 시절의 나대로 필사적이었을 거란 건 알고 있고?"
 "'나'라고 거드름 피우는 말투는 쓰지 않고서 자기를 부를 때 이름으로 연호하던 시대였던가."
 "연호하진 않았어."
 끄응, 끄응 하고 센고쿠 나데코는 소파 위에서 앓는소리를 냈다──가위에 눌리고 있다. 그야말로 퇴행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과거의 괴로운 기억과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괴롭다기보다 아픈 기억.
 나는 아픔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주변의 영향을 받기 쉬울 뿐이지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는 시체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과거와 마주보는 건 딱히 나쁜 일이 아니지 않아?"
 "자신의 과거와 마주보는 게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마주보는 게 힘든 거야."
 "그건 무슨 수사법이야?"
 "망령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지도 모르지만, 과거의 자신이란 건 이제 내 안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 그래도 주변이 보기에는 그쪽이 확고한 나일 거라는 뜻이야. 속이 비쳐 보이는 건 내 쪽이고, 나를 통과해서 초기의 나를 보고 있어."
 고정된 이미지.
 그야말로 요괴변화[각주:1]의 무변화다──날에 따라 상태가 다른 흡혈귀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지.
 밤에 따라, 인가.
 보름달과 초승달에 따라 컨디션이 변하는 일은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태양에 약한 거라면 초승달보다 보름달 쪽이 견디기 힘들 텐데.
 "하지만 대상에 항상성을 바라는 건 인간의 업이잖아.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분리하는 행위는, 옆에서 보면 캐릭터가 흔들린다는 거라고."
 "성장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설마. 내 입장에서 보면 노화마저 부러운 일이야."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러나 이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부럽다'는 감정도 나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부럽다'는 '그렇게 되고 싶다'는 것과도 통하는 감정이고, 결국 변신에 대한 욕망에도 가까우리라.
 그런 것이 나에게 있을 리가 없다.
 마법소녀도 아니고.
 "그렇다곤 해도, 너도 동경하는 코요미 오빠에게는 옛날 그대로 있어 줬으면 했던 거 아니야? 계속 같은 인간으로 남아 줬으면 했던 거 아니야?"
 아이러니하게도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 반쯤 흡혈귀로 변했던 그 남자는 인간에게는 있을 수 없는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실제로 그것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완고함에도 적용되어 주장을 굽힐 수가 없다는 곤란한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나의 견해이기는 하지만.
 "그건 어떨까. 적어도 다시 만났을 때에 내 성장을 봐 주었으면 했다는 마음은 있었을지도."
 "하지만 그 벽창호가 보고 있던 건 결국 초등학생 시절의 너일 뿐이었어. 네 안에서 연애감정은 고사하고 질투나 분노, 나태함이나 영악함 같은, 당연하고 추한 감정조차 발견하지 못했지."
 뭐, 귀신 오빠에게 동정해야 할 만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누구든 첫 대면 당시의 첫인상이라는 것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귀신 오빠에게 센고쿠 나데코는 어디까지나 '여동생 친구'일 뿐이었다──한 번 생긴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아무튼 어렵다. 개봉 금지 씰처럼, 벗겨낸다 해도 자국이 남는 꼬리표다.
 "그러네. 전언 철회는 아니지만, 나도 나대로 거꾸로 그 사람 앞에선 필요 이상으로 과거의 나를 연기해 버린 구석은 있어. 빙의되어 있었다고 할까──"
 "그러면 그때 너의 질척질척한 내면을 전면에 내보였다면 벽창호를 포로로 삼을 수 있었겠느냐고 하면 그건 전혀 아니겠지. 기본적으로 너는 과거에 씌어서 어린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득을 봤던 거라고 생각해."
 "나도 알아. 하지만 과거의 영광으로 득을 본다는 건 좀 다르지 않아? 그런 건, 지금의 나는 초등학생인 나에게 길러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잖아."
 "빙의라면 몰라도 부양은 괴롭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과거의 자신을 넘어서지 못했으니까 그런 열등감을 가지는 거잖아. 단지 '옛날은 좋았다'는 감각이 대개의 경우 노스탤지어를 띤 착각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리뉴얼이나 버전 업이 반드시 좋은 방향을 가리키는 벡터가 된다고는 단정할 수 없어. 너한테도 있잖아, 잘 그리게 되기 전의 초기 그림이 더 좋았던 만화 작품이라든가."
 "있지~."
 센고쿠 나데코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처음부터 위를 올려다본 자세였다.
 "나는 내가 당하면 싫은 일을 존경하는 선생님들께 하고 있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변변치 못해.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화를 읽는 방식은 사랑스러웠어. 만화라는 것만으로 즐길 수 있었어."
 "그리고 최신작이 아니라 7년 전의 소설이 애니화되거나 하는 일도 있잖아?"
 "그쯤 해 둬."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넵?"
 "옛날의 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 어쩌면 나는 그럴 만한 힘이 있을지도 몰라."
 없다.
 그런 시간을 역행하는 능력은──과거 구 하트언더블레이드가 타임슬립을 했었지만 그것조차 지금의 자신이 과거로 돌아간다는 놀이였을 터다.
 "인생을 다시 할 수 있다면 몇 살부터가 좋아? 라는 심리 테스트야. 네 전성기가 중2라고 한다면 그 시절인지, 아니면 초2 때인지. 태어나기 전의 전생까지 돌아가고 싶은지, 아니면 태어나고 싶지 않은지."
 "어려운 질문이네. 철학 같아."
 "잡담이야. 대부분의 인간에게 전성기는 중2일 테고."
 "거슬러 올라가는 게 아니라 스킵하고 싶다는 소원은 있어. 40살 정도로. 이제는 인생에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없을 법한 연령으로."
 "있어. 불혹의 나이라면 잔뜩. 100년을 살아온 시체 츠쿠모가미에게도 있어. 600년을 살아온 흡혈귀라면, 뭐, 없을지도."
 "그러면 600살까지 스킵하고 싶어."
 "하지만 600살이 되면 '15살 때는 좋았지, 그 시절의 나는 빛났었지'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흐음."
 가볍게 농담을 한 것뿐이었는데 센고쿠 나데코는 배꼽 주변에 모으고 있던 손을 팔짱으로 바꿔서, 
 "미래의 내가 보면 현재의 나도 과거의 나도 똑같은가."
 라고 말했다.
 "바뀌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대동소이. 커다란 경험을 넘어서서 성장했다고 생각해도 전후로 평균이 나와 버린다는 뜻이구나."
 과거의 나는 적이 아니라.
 빛이 한순간 늦게 반사된, 거울 같은 거야.
 멋대로 결론을 찾아낸 모양이지만 그것은 의외로 요점을 벗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결국 거울이란 화장을 하거나 이를 닦거나 몸가짐을 단정히 할 때 필요불가결한 것이니까.
 그러지 않고 현재를 바꿀 수는 없다.
 과거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성장은 없다. 바꾸어야 하는 것은 역시 현재의 자신이다.
 바뀌고 싶다면.
 싸우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면, 목표로 해야 할 것은 결착이 아니라 융화인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과거의 자신을 망령으로 느낀다는 건 현재의 너는 확실히 바뀌었다는 뜻이겠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나쁜 쪽이면 안 되잖아."
 "나쁜 쪽이어도 돼."
 값이 싸더라도, 품질이 나쁘대도.[각주:2]
 과거를 가공하는 것보다는, 현재가 건재하다는 증거이니까.

  1. 妖怪変化: 도깨비와 요괴 등을 이르는 말. [본문으로]
  2. 安かろう悪かろう: 싼 게 비지떡. [본문으로]

 

 

UNDEAD

by YOASOBI


UNHAPPY?


悩める人の子よ
고민하는 인간 아이여


UNLUCKY?


人成らざる者も
인간이 아닌 자도


BE HAPPY!


弛まず目指せよ
착실하게 목표로 해라


生きているんだし
살아 있으니까


目を逸らした過去も
눈을 돌린 과거도


退屈な未来も
지루한 미래도


カウンセリング
카운슬링


やれやれ
이거야 원


古今東西
고금동서


ピースピース
피스피스


ねえ何だかどうして
있잖아 뭐랄까 어째선지


戦ってるようなそんな気がするの
싸우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触れられない 触れたくもない
닿을 수 없고 닿고 싶지도 않은


過去の自分自分自分自分と
과거의 나, 나, 나, 나와


もうとっくに死んでる
이미 한참 전에 죽어 있는


透明な亡霊と対決
투명한 망령과 대결


幼気で痛い記憶の奥
순수해서 아픈 기억 속


残念?もう居ないのに
유감이야? 이제는 없는데


あれ?そっちが良い?アイロニーね
어라? 그쪽이 좋다고? 아이러니하네


透かされているのは現在いまの自分?
들여다보이는 건 현재지금의 나?


ナンセンス
넌센스


消えないレッテル
사라지지 않는 꼬리표


Yes! 要はコンプレックス
Yes! 요컨대 콤플렉스


取り憑かれているみたい
마치 씌인 것 같아


巻き付いたまま
휘감긴 채


まだ離れない
아직도 떨어지지 않는


在りし日の自分
지난날의 나


UNDEAD


死んじゃいない
아직 죽지 않았어


お前とお前の連鎖
너와 너의 연쇄


生きていることとは変わり続けることだ
살아 있다는 건 계속해서 변한다는 거야


不幸に甘んじて
불행을 받아들이고


満足するなよ
만족하지 마


幸せになろうとしないなんて卑怯だ
행복해지려고 하지 않는 건 비겁해


この世この世は
이 세상, 이 세상은


奇怪奇怪ファンタジー
기괴 기괴 판타지


次は鬼が出るか蛇が出るか
다음에는 귀신이 나올까 뱀이 나올까[각주:1]


出会って遭ってやっと始まる物語
만나고 맞닥뜨려서 겨우 시작되는 이야기


さあ人か化物か
자, 사람일까 괴물일까


閑話休題
그건 됐고


ピースピース
피스피스


Past & future
can't change the Past
Past & future
run for the Future


カットイン
커트인


何だかどうして
뭐랄까 어째선지


未来になんぞ
미래 따위엔


何の希望もない期待出来ない
아무런 희망도 없고 기대할 수 없다는


ような気がして
그런 기분이 들어서


もう随分生きている
이제는 충분히 살았지


既視感とテンプレで食傷
기시감과 템플릿 때문에 식상해


素敵な出来事の気配もない
멋진 일이 일어날 낌새도 없어


残念
유감이야


積んだ経験の因果
쌓아온 경험의 인과


形骸化された神話と退屈な進化
형해화된 신화와 지루한 진화


要は刺激が欲しいんだ
요컨대 자극이 필요한 거야


飽きちゃった
질려버렸어


慣れちゃった
익숙해져 버렸어


なんて
그렇게


整っていくガイダンス
갖추어지는 가이던스


増えるコンプライアンス
늘어나는 컴플라이언스


蓋されていくみたい
뚜껑이 덮여가는 듯해


吸い尽くして
다 빨아버려서


あれもこれもどれも
저것도 이것도 모두 다


同じ味がする
똑같은 맛이 나


UNDEAD


死んじゃいない
아직 죽지 않았어


お前とお前の連鎖
너와 너의 연쇄


何時の世も
어느 세상이건


過去も未来も現在いまにあるんだ
과거도 미래도 현재지금에 있는 거야


生きていることを
살아 있는 일을


愚直に果たせよ
우직하게 다하라고


目指せハッピーエンド
목표로 해라, 해피 엔드


UNDEAD


死んじゃいない
아직 죽지 않은


お前に言っているんだ
너한테 말하는 거야


幸せを諦めてしまうな
행복을 포기해버리지 마


人で在れ
사람으로서 살아


ただ苦しみに慣れて
그저 괴로움에 익숙해져서


耐えているだけじゃ
버티고 있는 것뿐이어선


死んでいるも同然
죽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


屍のアンデッド
시체의 언데드


UNHAPPY?


悩める人の子よ
고민하는 인간 아이여


UNLUCKY?


人成らざる者も
인간이 아닌 자도


BE HAPPY!


弛まず目指せよ
착실하게 목표로 해라


生きているんだろ
살아 있잖아


不幸に浸るも
불행에 잠기는 것도


幸せになるのも
행복해지는 것도


そう全部全部お前だ
그래 모두 모두 너야


古今東西
고금동서


一切合切
죄다 몽땅


森羅万象
삼라만상


ピースピース
피스피스


Past & future
can't change the Past
Past & future
run for the Future


人の在る所に何時も憂い事
사람이 있는 곳엔 언제나 걱정거리


生き抜けこの化物ばかりの物語
살아나가라 이 괴물투성이인 이야기

  1. 무엇이 일어날지, 어떻게 될지 예상을 할 수 없음을 이름. [본문으로]

 

 

니시오 이신 신작 단단편 『긴급 대담! 헛소리꾼×아라라기 코요미』

니시오 이신 데뷔 20주년 기념×니시오 이신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콜라보 기획

 

CAST
「나」: 카지 유우키 (애니메이션 『잘린머리사이클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
아라라기 코요미: 카미야 히로시 (애니메이션 『〈이야기〉 시리즈』)

 


 

초장부터 헛소리라 미안하지만, 만약 네가 아라라기 코요미 군이라고 한다면, 내 이름은 묻지 않는 편이 좋아.
설령 불사신인 흡혈귀라 해도, 나의 이름을 알고서 살아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 말이야.


만나자마자 흉악한 괴이 같은 말을 하고 있어.
어, 뭐야뭐야? 사립 나오에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립 마나세 대학에 진학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내 몸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거실 TV에서 이야기 시리즈 파이널 시즌 블루레이 디스크 박스를 재생하고 있었을 텐데.


진학 준비를 하고 있지 않잖아.


모르는 대학생이 화면에 비치고 있어.
어느 새 잘린머리사이클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 블루레이 디스크 박스로 바뀌었던 건가?
디스크 체인저 시스템으로.


요즘 대학생이 모를 뿐만 아니라, 이미 성인이라도 기억 못하지 않을까?
디스크 체인저 시스템을.


20년 전에는 정점을 찍었을 텐데.
뭣하면 복각되어도 좋을 정도로 멋진 시스템이었을 텐데.


네가 바란다면 토모에게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어, 코요미 군.


토모(友)? 인간 강도가 떨어질 것 같은 이름이네.


머리를 비틀어 떼 줄까.


무서워! 엄청 조용하게 내 목을 따려고 하네. 마치 과일처럼.
그게 알면 죽는 이름이야?


토모라는 건 내 친구의 이름이야.
이 화면을 해킹해준 것도 토모고.


TV라는 건 해킹할 수 있는 거야?


전기와 전파가 통하면 대부분의 물건은.


피가 통하지 않아도?


해학적인 말을 하네, 코요미 군.
그 대사를 봐서 해골로 만드는 건 봐줄게.


해골이 될 뻔했던 거구나…… 그런 해학적인 흐름으로.


해학이 아니라 헛소리지만.
오늘 해킹을 한 건 다름이 아니라…….


쿠킹이나 되는 것처럼 캐주얼하게 말하잖아, 해킹을.
뭐야, 이 원격 대담은.


네 힘을 빌려 줬으면 해. 전문가로서.


이것 봐라, 내 힘이라고?
아무래도 곤란한 소문이 돌고 있는 모양이구만.
도시전설. 가담항설. 도청도설.
분명히 나는 고교 시절 수많은 괴이담을 아슬아슬하게 가볍게 극복해온 사나이지만,
그건 동료인 모두가 도와줘서 가능했던 것이지,
사실 내 힘이란 고작해야 미력한 정도야.


진저리가 나네.
좋은 말을 하고 있는데도.


내가 전문가라니 당치도 않아.
내게 힘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그렇지, 사람을 믿는 힘이야.


새끼손가락 끝만큼도 믿을 수 없는 대사인걸.
아니, 괴이담은 관계 없어.
나의 세계관에서는, 인간은 원래 요괴 같은 것이니까.


뭐 하는 세계관이야.


너에 대한 이야기는 오이쿠라 씨에게서 들었어.


아~…….


무슨 납득이야?


오이쿠라의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신.


황송한걸.


그렇구나, 그 녀석, 날 수학의 전문가라고 말한 건가.
귀여운 소꿉친구야.
그 부분의 퍼스널리티는 패키지 신작 부음성 완전수록 이야기 시리즈 파이널 시즌 블루레이 디스크 박스에 자세하게 실려 있지만.


공지에 여념이 없구나, 코요미 군.


잘린머리사이클 블루레이 디스크 박스 공지는 더 안 해도 돼?


나는 그런 건 그다지.


그래서? 내가 풀어 줬으면 하는 밀레니엄 문제는 어떤 거야?


헛소리꾼이라도 말하기 어렵지만, 네 수학력을 믿고서 연락을 취한 것은 아니야.
그런 종류의 천재라면 이쪽에 널려 있으니까.
암석을 던지면 천재에게 맞을 거야.


왜 암석을 던진 거야? 천재한테 살의가 있잖아.
괴이의 전문가도 아니고, 수학의 전문가도 아니라면,
대체 오이쿠라는 나를 무슨 전문가라며 당신에게 소개한 거야?


아동학대의 전문가.


오이쿠라!!


아동학대 하면 아라라기 코요미라고.
세상의 온갖 아동학대를 파악하고 있다고 들었어.
그것도 아주 열띤 목소리로.


그 녀석이 열띤 목소리로 말하는 일이 있다고?
내 험담의 전문가잖아, 오이쿠라 소다치. 어이어이쿠라라고.


방금 건 재미없네.


재미없다고 말하지 마.


사람의 이름을 갖고 장난치는 건 좋지 않아.
죽기 싫으면.


전반과 후반의 온도차가 지독한 설교다.


사실을 말하자면, 같은 지붕 아래서 살던 열세 살 여자아이가 유괴되어서 말이야.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구하고 싶어.


이미 끔찍한 일이 벌어졌잖아.
어, 뭐였는지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 비슷한 에피소드.
망토를 걸친 안경 명탐정의 아동 유괴 사건 수사를 돕게 된 기억이 있어.


그건 패러렐 월드에서 일어난 일이야.
깊게 생각하지 마.


깊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도 당신이 하니 뭔가 의미심장하네.
아니아니, 하지만 아동 유괴 사건의 수사 같은 건 나한테는 짐이 무거워.
확실히 유괴는 한 적도 당한 적도 있지만.


전문가잖아.


열세 살 여자아이인가.
중학생의 유괴라니, 어떻게 그런 사건이.


아, 야미구치 호우코(闇口崩子)라고 하는 그 아이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어.
중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도.


유괴되기 전부터 학대당하고 있잖아.


배가 다른 오빠와 둘이서 살고 있지.


행정이 움직이라고.
보호자는 없는 거야?


굳이 말하자면, 중학교를 중퇴한 대학생인 내가 보호자야.
호우코는 내 노예거든.


갑자기 친근감이 들기 시작했어.
잘린머리사이클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던가?


시리즈 최종장, 모든 것의 래디컬에서 일어난 일이야.
애니화는 기대하지 마.


혹시 모르지.
나도 그런 말을 했더니 엄청난 장면이 애니화되기도 했다고.
노예와의 입욕 장면이라든가.


최종장에서 일어난 일이야?


니세모노가타리 & 네코모노가타리 (흑) 블루레이 디스크 박스.


초기.
친근감이 들었다고 하니 말인데, 코요미 군.
도와주는 거니? 도와주지 않는 거니?
혹시 동료에게 얽매여 있는 거라면 말해 줘.
사람이 신념을 배신하게 하는 건 특기거든.


친근감이 공포감으로 바뀌어 간다.
알았어. 자세히 알려줘.
소녀가 유괴되었다는 소릴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내가 아니야.


의욕을 내자마자 골탕 먹이는 기분이지만,
사건 자체는 대부분 해결되었어…….
범인은 진작 말살됐어.


뭐라고?


범인은 짐작이 간다고 말했어.
로지컬한 신본격 미스터리니까. 우리는.
충동적으로 범인을 심판하지는 않아.


신용해도 되는 거지?


신용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아.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간에.


지옥 같았던 봄방학 전에 듣고 싶었던 가르침이군.


범인은 법에 따른 적법 절차로 심판을 받았는데,
정작 중요한 호우코가 지금도 아직 미발견 상태라 말이야.


미발견? 범인에게 캐물어서 알아내면 되잖아.


우리도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까.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아.


그게 아니라,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서.
인권은 중요하니까. 인면견과 같은 정도로.


무리해서까지 이쪽 세계관에 맞춰 주지 않아도 되거든?
그 의사소통 능력 덕분에 인권의식이 낮은 게 드러나니까.


알아낸 게 아주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조사로 밝혀낸 범인의 아지트는 텅 비어 있었어.


그렇다면 그 애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그게 아니라서 성가신 거야.
텅 비어 있다고는 했지만 그 아지트에는 커다란 금고가 자리잡고 있었어.
딱 열세 살 여자아이가 쏙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심상찮은 이야기가 됐네.


그 안에 갇혀 있다고 한다면, 산소의 잔량은 조금밖에 안 남았어.
그렇다고 해도 튼튼해 보이는 금고라서 말이야.
그 정도쯤 부술 수 있는 인재도 이쪽에는 널려 있지만,
그럴 경우 안에 든 게 멀쩡하지는 못할 거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지.
금고는 열기 어렵지만.


그렇다면 정규 절차로 열 수밖에 없겠지.
금고 비밀번호를 한시라도 빨리 범인에게서 알아내야 해.


어?
해당 금고가 비밀번호 방식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나는 그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사실은 내가 바로 진범이었던 것처럼 몰아붙이지 마.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야.
아닌가?


정확히는 열쇠도 필요하지만, 그쪽은 어떻게든 될 거야.
살인귀에게서 받은 피킹 전용 나이프가 있어서 말이야.


인맥 장난 아니네.


다음은 네 자리의 비밀번호가 필요한데, 거기서 막혔어.
이렇게 되면 이제는 아동학대의 전문가에게 행차를 부탁할 수밖에 없어.


이거야 원.
당신들의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러나 나에게 상담을 하러 온 것만은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군.
이미 비밀번호는 밝혀냈다.


전개가 빠르구나.
그게 거짓말이라면 목숨은 없어.


계절 인사처럼 협박을 해 오네.
살인 사건에서도 시효는 철폐되었다는데.[각주:1]
괜찮아, 이건 내 아이디어라기보다 반장 중의 반장의 아이디어에 의거한 거야.
만약 야미구치 호우코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금고에 갇혔을 경우 비밀번호는 무엇일까라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


뭐 하는 가정이야.
뭐든지 알고 있는 반장이구나.


뭐든지 알지는 못해. 알고 있는 것만.
보통은 아무리 흉악한 범인이라도 유괴한 아동을 금고에 가두지는 않지만,
그럴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호우코라는 이름에서 연상한 것이겠지.
즉, 보물을 넣어두는 창고라는 뜻의 '호우코'(宝庫; 보고)야.


흐음.


그렇다면 설정한 비밀번호 또한 소녀의 이름에서 따왔을 것이라고 추리해야만 해.
4자리의 숫자를 그대로 야미구치라는 성씨에 끼워맞추면 돼.
당신은 사람의 이름을 갖고 장난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괴이라는 건 고로아와세[각주:2] 같은 네이밍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말이야.


호우코와 '보고'를 엇걸어 말한다는 발상은 우리 쪽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고로아와세로 비밀번호를 예측하는 어프로치는 전혀 하지 않은 것도 아니야.
하지만 어떻게 해도 '야미구치'를 4자리 숫자로 변환하질 못했어.


이런, 그랬어?


'야미'를 '8・3'으로 하는 건 쉽고, 그것 말고는 없겠지.
하지만 '구치'를 깨끗하게 숫자로 만들 수 있겠어?
억지로 생각하면 '구'를 9라고 읽는 건 불가능하지 않아.
하지만 스마트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
더욱이 '치'는 0부터 9까지의 어느 숫자에도 들어맞지 않는걸.


흡혈귀의 피라고 읽어서 9로 하는 건 어렵겠지.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횟수는 한정되어 있을 테고,
랜덤하게 시도해볼 수도 없을 테니.
하지만 돌파구는 있어.


돌파구.


힌트는 물건이 금고라는 거야.
이것이 전화번호의 고로아와세라면 그렇게는 안 되겠지만,
금고나 보고라고 한다면 비밀번호는 문을 여는 것을 목적으로 해.


헤에, 그렇구나.
처음 들었어.


당연한 일을 일부러 설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
이 '연다'는 것이 포인트야.
그것을 목표로 설정하면 야미구치의 '구치'를 숫자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는 거지.
구체적으로는 0과 2로.


0과 2?
즉 비밀번호는 8302라고 말하는 거니? 코요미 군.


아동학대의 전문가로서의 견해야.
당신은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것 같지만, 이건 신용해도 좋아.


그 근거는?
네게 생각이 있다면 말이지만.


인도적 지원을 할 때에는 아무 사심 없어.[각주:3]
속내를 밝혀보자면, 아무리 그래도 당신의 세계관에도 가위바위보는 있겠지?


가위바위보?


'묵'을 0으로, '찌'를 2로 바꾸면 돼.[각주:4]
그렇다면 '빠'처럼 손바닥을 펼치는 것이 되지.


'야・미', '구・치', 인가.
그걸로 금고가 열릴 거라고?


보증할게.
이 목을 걸어도 좋아.


최근에는 명탐정이라도 하지 않을 섣부른 단언을 하는구나.
나였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든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하고 보험을 들고 싶어지는 참이야.


보험 따윈 든 적이 없어.
나의 인생, 항상 올인이다.


언젠가 발목을 잡힐 듯한 삶의 태도, 실로 훌륭해.
그러면 바로 그 숫자를 시험해볼게. 밑져야 본전으로.
만약 틀린다면 사신의 데스 사이즈가 네 목을 노리게 되겠지.


그 기세 그대로 되돌려 주겠어.
천재 같은 건 없어도, 이쪽 세계에선 신의 존재는 부족할 것 없거든.

 


 

여어, 코요미 군. 오랜만이야.
사후보고야.


사례라면 필요 없어.
감사를 받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니까.
그곳에 수수께끼가 있으면 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일 뿐이지.
소녀가 있으면 구하고 싶어지는 것과 똑같이 말이야.


없었어.


뭐라고?


금고 안에 호우코는 없었어.
금고 안에는 삐걱거리도록 주괴가 가득 차 있을 뿐이었어.


잠깐 기다려 봐!
그건 내 탓이 아니잖아?
그건 금고 안에 유괴된 호우코가 있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나온 추리였으니까
그걸로 나를 참수하려고 하는 거라면 다투는 건 고등학교 운동장이 아니라 법원이라고.


법원 같은 시설은 우리의 세계관에는 없어.


우리 세계의 패러렐 월드가 아니야, 거기.
어떻게 분기해도 도달하지 않아. 여기서 거기로는.


사형장이라면 있지만 말이야.
아니, 오해하지 마.
설령 네가 필요 없다고 해도 감사 인사를 하려고 해킹한 거야.

 

감사 인사를 하려고 해킹이라니, 윤리가 고장날 만한 문맥이네…….


애초에 금고가 열렸다는 건 코요미 군의 추리가 맞았다는 소리잖아?
비밀번호는 8302가 맞았어.
목숨을 건졌구나.


언제나처럼 말이야.
목숨을 칩으로 쓰는 건 이미 익숙해.


치프한 목숨이군.
그렇기에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번을 네게 걸어보자고 생각한 거지만.


그렇게나 무거운 한 번을 내 고로아와세에 맡긴 거야?


무거운 한 번.
바로 그거야.


무슨 뜻이야?
금고가 열렸어도 결국 안이 비어 있었다면 호우코는 구출할 수 없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비어 있었다고는 안 했어.


주괴가 차 있었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런 거, 아동의 목숨 앞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잖아.


대체로 찬성이지만,
그러나 코요미 군도 '무거움'에 관해서는 일가견 있지 않아?


오모시카니.
무게를 빼앗는 괴이.


금고 안에 들어찬 것이 돈다발이나 수표였다면 우리는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용물이 주괴였다고 한다면…….
즉 금괴였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져.
그건 코요미 군 덕에 문이 열렸기에 판명된 신정보야.
그 공적은 커.
뭣하면 그 주괴를 전부 줘도 좋을 정도야.


그것도 무거운데.
아마도 범죄의 수익금이라고 생각되는 금괴고.
어떻게 된 거야?
아직 이해가 안 되는데.


금의 가격 변동에 흥미는 없어.
하지만 그 질량은 변하지 않지.
이 세상에서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금속 물질인 이상 말이야.
어쩌면 그 무게는 비밀번호 이상으로 문을 닫아둘 수도 있겠지.


문을…… 닫는다.


지지대의 역할을 다한다는 뜻이야.
아니면 무게추의 역할을.
즉, 주괴로 찬 금고 그 자체가 강고한 열쇠였다는 거지.
맹점이기도 해.
아무도 금고에 보관된 대량의 주괴를 단순한 바리케이드 대용으로 사용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중량급 금고 바로 밑에 숨겨진 문이 있었다는 뜻이야?
호우코는 그 안의 숨겨진 방에 감금되어 있었다고?


바로 그거야.
금고의 내부보다는 조금 더 넓은 공간이었지만 질식 위험이 있었던 것에 변함은 없어.
위기일발(危機一髪)이라고 하기에도, 머리카락 한 올 드나들지 못하는 밀실이었어.


대량의 주괴를 누름돌로 쓰다니…….
엄청난 오모시카니구만.


코요미 군의 말대로, 범죄의 수익이라고 생각하면 섣불리 손도 댈 수 없으니까.
어쩌다 내 친구가 주괴와 길가의 돌도 구별하지 못하는 부유층이라서
눈이 멀 듯한 재보도 눈속임이 되지 못해서 운이 좋았지만.


너무 좋잖아! 인간관계의 층이 너무 두껍다고.


뭐가 어찌 됐든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코요미 군.


사람은 혼자 알아서 살아날 뿐이라고, 헛소리꾼.
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데 거꾸로 말하면 그 범인은 그런 막대한 재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누름돌로밖에 쓰지 않을 정도로 호우코를 소중히 여겼다는 뜻이기도 하구나.


은이며 황금…….


응?


은이며 황금, 보옥이라 하여도 무엇에 쓰리. 아이에 비한다면 보배만은 못하니.[각주:5]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네.
암호야?


어떻게 대학에 합격한 거니? 코요미 군.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아이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야.
야마노우에노 오쿠라의, 헛소리지만.


헤에.
어쩌면 유괴범도 그렇게 생각한 걸까.
우리도 언젠가 까딱 잘못해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그렇게 사랑해주고 싶네.


언젠가 내 아이가 유괴되었을 때도,
이야기에 대한 괴물 같은 해독을 부탁할게.
코요미 군.


그것도 헛소리냐, 선배?


아니,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키드냅 키딩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의 딸-
2023년 2월 발매.


전쟁 이야기 -히타기 허니문-
2023년 5월 발매.


아이 쪽은 제대로 공지하잖아.


딸바보니까.

 

  1. 일본어로 계절 인사는 時候の挨拶라고 하며, 時候와 時効는 발음이 같다. [본문으로]
  2. 숫자의 발음이나 연상되는 문자를 연결시켜 암기 등에 사용하는 것. 한국어로 치면 '친구사이'를 '7942'로 바꾸는 것 등. [본문으로]
  3. 여기서 '근거'와 생각'은 전부 일본어로 心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심이 없다'=無心도 마찬가지. [본문으로]
  4. 일본어로 가위바위보의 '바위'는 구(グー), '가위'는 쵸키(チョキ)라 하고, 각자 첫 글자를 따면 '구'와 '치'가 된다. [본문으로]
  5. 만엽집에 실린 야마노우에노 오쿠라의 단가 중 하나. [본문으로]

『암호학원의 이로하』 4권 발매 기념 PV

나레이션: 코고에 (CV. 사쿠라 아야네)


원작 니시오 이신, 작화 이와사키 유지가 보내는

파란만장 예측불능 암호해독 학원 드라마!!

 

"꿈이 없다면 내가 보여줄게.

우선은 절반, 같이 전쟁을 없애보자고."

 

주인공 이로하자카 이로하가 입학한 것은

암호를 마구마구 푸는 스파르타 학교 암호학원?

짜자잔~! 수수께끼의 소녀() 등장~!

밀려드는 암호 러쉬에 숨도 못 쉬는 이로하에게 하이스펙 안경을 프레젠트!

엄청나게 잘 다루고 있잖아?!

 

"니히히. 뜨겁구나, 이로하.

차라리 이대로 참전시켜 버릴까?

암호학원에 잠든 500억 M모르그의 암호자산 발굴전쟁마이닝 워에."

 

우선은 타고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암호황제를 목표로 해 줘!

암호자산을 노리는 하나같이 만만찮은 클래스메이트와 학원 생도들.

그리고 덮쳐오는 것은 난이도 도외시의 암호 배틀!!

 

'에, 어째서 내가?' 라고? 그거야 이로하큥.

싸우지 않고 전쟁에 이기는 게 내 전략이거든★

암호에 강해지면 동료나 가족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몰라.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이 승부에는 야망을 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전부 없앨 거잖아?

이로하의 이[각주:1], 처럼 쉽게는 안 되겠지만.

 

암호의 해답편이 궁금한 거기 있는 너!

발매 중인 『암호학원의 이로하』 최신 4권을 체크해 달라구!

어이쿠, 자기소개가 늦어졌지만 이런 느낌으로 모두를 소개해 온 나야말로

1학년 M반 호라가토게 코고에(洞ヶ峠凍)란 말씀.

큰소리로는 말 못하지만. 코고에[각주:2]인 만큼.


공식 사이트: https://www.shonenjump.com/j/rensai/angou.html

 

『暗号学園のいろは』|集英社『週刊少年ジャンプ』公式サイト

『暗号学園のいろは』|なんてことない普通の主人公・いろはが入学したのは、暗号を解いて解いて解きまくるスパルタ学校――暗号学園!迫りくる暗号ラッシュに息も絶え絶えのいろはだ

www.shonenjump.com

 

  1. 기초 중의 기초, 또는 식은 죽 먹기라는 뜻. [본문으로]
  2. '작은 소리'를 뜻하는 小声와 '코고에'는 발음이 같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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