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리즈 오프&몬스터 시즌

니시오 이신 신작 단단편

주제가 YOASOBI 〈UNDEAD〉 원작소설

 

나데코 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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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계속, 과거의 나와 싸우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단 말이지. 이미 죽어 있어서 닿을 수도 없고 닿고 싶지도 않은 망령 같은, 속이 비쳐 보이는 과거의 나랑."
 센고쿠 나데코는 소파 위에서 천장을 올려다본 채로 배꼽 주변에 손을 모으고서 그렇게 말했다──예의 없게 드러누운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자세로 사용할 것이 상정된 디자인의 소파다. 나, 오노노키 요츠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소파 옆에서, 또는 그런 센고쿠 나데코 옆에서 회전 의자에 앉아 클립보드에 끼워진 진료기록에 메모를 휘갈기고 있다.
 요컨대 상담사 놀이를 하며 놀고 있다. 관찰 대상인 센고쿠 나데코로부터 사정 청취를 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당연한 일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의 나라. 네가 바보였던 시절의 에피소드던가?"
 "바보라고 하지 마. 그렇게 말하면 지금도 딱히 머리가 좋아진 건 아닌걸. 오히려 지금은 학교에 가지 않으니까 점점 머리가 나빠진다는 감각이 있어."
 "학교는 머리를 좋게 만드는 장소가 아니야."
 "그렇게 말해 주면,"
 "학교는 인생을 좋게 만드는 장소야."
 "최악이네."
 생각해 보면 나는 감정이 없는 괴이다. 카운슬링이라니, 이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저세상에서도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 같은 건 나에게는 암흑이다.
 누구에게나 그럴지도.
 "요컨대 앞머리가 길고 귀여웠던, 떠받들어지던 시절의 너와 비교당하는 게 컴플렉스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잘 아네."
 "아무리 노력하고 연구를 거듭해서 스스로를 바꾸는 일에 최선을 다해도,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어리광부릴 수 있었던 시절의 스스로를 넘어설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게까지 말하면 덧없는 과거의 나를 지키고 싶어지기도 해. 그 시절의 나도 그 시절의 나대로 필사적이었을 거란 건 알고 있고?"
 "'나'라고 거드름 피우는 말투는 쓰지 않고서 자기를 부를 때 이름으로 연호하던 시대였던가."
 "연호하진 않았어."
 끄응, 끄응 하고 센고쿠 나데코는 소파 위에서 앓는소리를 냈다──가위에 눌리고 있다. 그야말로 퇴행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과거의 괴로운 기억과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괴롭다기보다 아픈 기억.
 나는 아픔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주변의 영향을 받기 쉬울 뿐이지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는 시체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과거와 마주보는 건 딱히 나쁜 일이 아니지 않아?"
 "자신의 과거와 마주보는 게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마주보는 게 힘든 거야."
 "그건 무슨 수사법이야?"
 "망령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지도 모르지만, 과거의 자신이란 건 이제 내 안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 그래도 주변이 보기에는 그쪽이 확고한 나일 거라는 뜻이야. 속이 비쳐 보이는 건 내 쪽이고, 나를 통과해서 초기의 나를 보고 있어."
 고정된 이미지.
 그야말로 요괴변화[각주:1]의 무변화다──날에 따라 상태가 다른 흡혈귀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지.
 밤에 따라, 인가.
 보름달과 초승달에 따라 컨디션이 변하는 일은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태양에 약한 거라면 초승달보다 보름달 쪽이 견디기 힘들 텐데.
 "하지만 대상에 항상성을 바라는 건 인간의 업이잖아.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분리하는 행위는, 옆에서 보면 캐릭터가 흔들린다는 거라고."
 "성장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설마. 내 입장에서 보면 노화마저 부러운 일이야."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러나 이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부럽다'는 감정도 나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부럽다'는 '그렇게 되고 싶다'는 것과도 통하는 감정이고, 결국 변신에 대한 욕망에도 가까우리라.
 그런 것이 나에게 있을 리가 없다.
 마법소녀도 아니고.
 "그렇다곤 해도, 너도 동경하는 코요미 오빠에게는 옛날 그대로 있어 줬으면 했던 거 아니야? 계속 같은 인간으로 남아 줬으면 했던 거 아니야?"
 아이러니하게도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 반쯤 흡혈귀로 변했던 그 남자는 인간에게는 있을 수 없는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실제로 그것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완고함에도 적용되어 주장을 굽힐 수가 없다는 곤란한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나의 견해이기는 하지만.
 "그건 어떨까. 적어도 다시 만났을 때에 내 성장을 봐 주었으면 했다는 마음은 있었을지도."
 "하지만 그 벽창호가 보고 있던 건 결국 초등학생 시절의 너일 뿐이었어. 네 안에서 연애감정은 고사하고 질투나 분노, 나태함이나 영악함 같은, 당연하고 추한 감정조차 발견하지 못했지."
 뭐, 귀신 오빠에게 동정해야 할 만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누구든 첫 대면 당시의 첫인상이라는 것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귀신 오빠에게 센고쿠 나데코는 어디까지나 '여동생 친구'일 뿐이었다──한 번 생긴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아무튼 어렵다. 개봉 금지 씰처럼, 벗겨낸다 해도 자국이 남는 꼬리표다.
 "그러네. 전언 철회는 아니지만, 나도 나대로 거꾸로 그 사람 앞에선 필요 이상으로 과거의 나를 연기해 버린 구석은 있어. 빙의되어 있었다고 할까──"
 "그러면 그때 너의 질척질척한 내면을 전면에 내보였다면 벽창호를 포로로 삼을 수 있었겠느냐고 하면 그건 전혀 아니겠지. 기본적으로 너는 과거에 씌어서 어린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득을 봤던 거라고 생각해."
 "나도 알아. 하지만 과거의 영광으로 득을 본다는 건 좀 다르지 않아? 그런 건, 지금의 나는 초등학생인 나에게 길러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잖아."
 "빙의라면 몰라도 부양은 괴롭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과거의 자신을 넘어서지 못했으니까 그런 열등감을 가지는 거잖아. 단지 '옛날은 좋았다'는 감각이 대개의 경우 노스탤지어를 띤 착각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리뉴얼이나 버전 업이 반드시 좋은 방향을 가리키는 벡터가 된다고는 단정할 수 없어. 너한테도 있잖아, 잘 그리게 되기 전의 초기 그림이 더 좋았던 만화 작품이라든가."
 "있지~."
 센고쿠 나데코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처음부터 위를 올려다본 자세였다.
 "나는 내가 당하면 싫은 일을 존경하는 선생님들께 하고 있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변변치 못해.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화를 읽는 방식은 사랑스러웠어. 만화라는 것만으로 즐길 수 있었어."
 "그리고 최신작이 아니라 7년 전의 소설이 애니화되거나 하는 일도 있잖아?"
 "그쯤 해 둬."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넵?"
 "옛날의 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 어쩌면 나는 그럴 만한 힘이 있을지도 몰라."
 없다.
 그런 시간을 역행하는 능력은──과거 구 하트언더블레이드가 타임슬립을 했었지만 그것조차 지금의 자신이 과거로 돌아간다는 놀이였을 터다.
 "인생을 다시 할 수 있다면 몇 살부터가 좋아? 라는 심리 테스트야. 네 전성기가 중2라고 한다면 그 시절인지, 아니면 초2 때인지. 태어나기 전의 전생까지 돌아가고 싶은지, 아니면 태어나고 싶지 않은지."
 "어려운 질문이네. 철학 같아."
 "잡담이야. 대부분의 인간에게 전성기는 중2일 테고."
 "거슬러 올라가는 게 아니라 스킵하고 싶다는 소원은 있어. 40살 정도로. 이제는 인생에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없을 법한 연령으로."
 "있어. 불혹의 나이라면 잔뜩. 100년을 살아온 시체 츠쿠모가미에게도 있어. 600년을 살아온 흡혈귀라면, 뭐, 없을지도."
 "그러면 600살까지 스킵하고 싶어."
 "하지만 600살이 되면 '15살 때는 좋았지, 그 시절의 나는 빛났었지'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흐음."
 가볍게 농담을 한 것뿐이었는데 센고쿠 나데코는 배꼽 주변에 모으고 있던 손을 팔짱으로 바꿔서, 
 "미래의 내가 보면 현재의 나도 과거의 나도 똑같은가."
 라고 말했다.
 "바뀌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대동소이. 커다란 경험을 넘어서서 성장했다고 생각해도 전후로 평균이 나와 버린다는 뜻이구나."
 과거의 나는 적이 아니라.
 빛이 한순간 늦게 반사된, 거울 같은 거야.
 멋대로 결론을 찾아낸 모양이지만 그것은 의외로 요점을 벗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결국 거울이란 화장을 하거나 이를 닦거나 몸가짐을 단정히 할 때 필요불가결한 것이니까.
 그러지 않고 현재를 바꿀 수는 없다.
 과거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성장은 없다. 바꾸어야 하는 것은 역시 현재의 자신이다.
 바뀌고 싶다면.
 싸우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면, 목표로 해야 할 것은 결착이 아니라 융화인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과거의 자신을 망령으로 느낀다는 건 현재의 너는 확실히 바뀌었다는 뜻이겠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나쁜 쪽이면 안 되잖아."
 "나쁜 쪽이어도 돼."
 값이 싸더라도, 품질이 나쁘대도.[각주:2]
 과거를 가공하는 것보다는, 현재가 건재하다는 증거이니까.

  1. 妖怪変化: 도깨비와 요괴 등을 이르는 말. [본문으로]
  2. 安かろう悪かろう: 싼 게 비지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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